새누리당이 '박심(朴心)'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박심 논란은 서울 부산 등 광역단체장 후보들 중 박근혜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이 논란은 서울시장 출마를 먼저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이 친박 주류의 김황식 전 총리 지원설을 문제 삼으면서 불거졌다. 이 최고위원은 공식 회의에서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청와대가 민다, 친박 주류가 민다'는 등 박심 마케팅을 조장하는 사례가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후보인 정몽준 의원은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지난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했다. 나도 친박이다"고 말했다. 반어법으로 박심 논란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박심 논란의 당사자인 김 전 총리는 11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특정 계파에 의존해 출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친박, 친이라는 계파는 없어진 지 오래"라고 부인했다.
실제 박심이 있는지 없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이 의중을 밝히거나 후보 선정과 관련해 정치적 행위를 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주변 정황으로 볼 때 그럴 것"이라는 식의 추론이나 여권 핵심인사들의 언질이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고, 세가 불리한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기세를 꺾기 위해 부풀린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실체가 어떻든, 박심 논란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1987년 헌법개정으로 대통령직선제,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고 당내 경선과 국민 경선이 제도화하는 등 형식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 27년이나 지난 지금, 대통령의 뜻이 당내 후보 선정의 관건이 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현상이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후보는 경쟁력도 없다. 김영삼 정부 시절 여당의 주류가 작위적으로 정원식 전 총리를 추대해 참패한 바 있다. 서울시장 도전자라면 비전과 능력으로 당원과 시민의 지지를 얻는 경쟁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마음에 들기 위한 경쟁에 매달린다면, 이는 집권 여당은 물론 한국 정치 전체를 무척이나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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