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까지 불렀던 국가부채 상한 증액 문제가 이를 버락 오바마 정부를 압박할 정치 호재로 삼던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양보로 가까스로 해결됐다. 17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국가부도가 날 상황이었다.
미국 연방 하원은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2015년 3월 15일까지 국가부채 상환을 위한 대출 권한을 재무부에 계속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표결해, 찬성 221표와 반대 201표의 근소한 차이로 가결 처리했다. 상원도 12일부터 이 법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국가부채 상한 증액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면 오바마 정부는 국가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오늘밤의 표결은 경제에 불필요한 장애물이었던 정치적인 벼랑 끝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햄프셔주 조슈아의 항공교통관제센터 개명 법안에 첨부하는 형식으로 급하게 상정된 이 증액안에는 민주당 의원 19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의원 가운데는 28명만 찬성했다. 찬성표를 던진 28명의 공화당 의원은 당 지도부와 온건파 의원들이다.
표결에 앞서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전날과 이날 잇따라 비공개회의를 갖고 부채상한 증액 내용만 포함한 이른바 '클린 빌(clean bill)'을 하원 전체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표결로 베이너는 당내의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티파티 애국자 모임을 만든 제니 베스 마틴은 "부채 상한 청산은 베이너측의 완전한 항복"이라며 "그는 하원을 이끌 능력을 상실했다" 고 혹평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법안 통과에 대해 당초 국가부채 상한 증액을 복지예산 등 연방정부 지출 삭감이나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사업 승인 등과 연계하려던 공화당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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