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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13일] 스포츠이벤트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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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13일] 스포츠이벤트의 정치학

입력
2014.02.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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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ㆍ미선 두 명의 중학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것은 2002년 6월 한일월드컵이 열기를 더해가던 때였다. 전국이 '월드컵 광풍'에 휩싸여 공분은커녕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그 해 11월 미군 병사 2명이 무죄평결을 받자 뒤늦게 정치적 이슈가 돼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월드컵 3, 4위전이 열리던 6월 29일에는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의 기습을 받아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하는 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교전 다음날 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 대형 스포츠이벤트는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당긴다. 과거 독재정부는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열광을 정권의 부정적 여론 차단에 교묘히 활용했다. 민주화 이후 양상은 달라졌지만 스포츠이벤트는 여전히 정치사회 이슈를 소거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로 위기에 빠져있던 이명박 정부를 구원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직전까지 정국을 들끓게 하던 새누리당의 공천장사와 4대강 녹조, 용역업체의 노조 폭력사건을 희석시켰다.

■ 올해는 유독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진다.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고, 6월에는 단일 대회로는 세계 최대 이벤트인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열린다. 9월에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정국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느라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안철수 신당 창당, 지방선거와 재보선, 여야 지도부 교체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예정돼있고 남북관계 등 주변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2년 차인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 당장 동계올림픽 성적이 정치개혁과 특검 등 정국에 미칠 여파가 관심이다. 6ㆍ4지방선거 다음 주에 개막하는 월드컵은 선거 후 정국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월드컵 폐막 직후 실시되는 7ㆍ30 재보궐 선거는 월드컵 성적이 변수가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포츠이벤트는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정권이나 언론이 환상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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