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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한국대구-애견용품 현대산업 김동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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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한국대구-애견용품 현대산업 김동현 대표

입력
2014.02.1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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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명품가방 기술자 ‘오리지널’ 개목줄을 만들다

‘명품’ 하면 구찌, 샤넬, 루이비통 로고가 박힌 가방과 구두만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최근 애견용품계에도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의 애완견 목줄이 모 명품 브랜드라는 기사가 국내 언론에 소개되자 그 상표의 애견목줄이 순식간에 동났다. ‘된장견’이라는 비난이 이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고가 애견용품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애완견과 가족처럼 지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펫팸족’(펫과 패밀리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이런 추세에 따라 애견용품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외국명품에 손색없는 견(犬)체공학적 디자인

대구에도 애견용품 명품시장에 본격 도전한 기업인이 있다. 김동현(43) 현대산업 대표는 “이 얇은 목줄 하나에 명품 로고가 박히면 5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논란이 된 명품줄과 비교해 품질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명품 목줄은 직접 고안한 4겹 박음질부터 꼬이지 않는 쌍줄, 소형과 중간 개의 움직임을 고려한 어깨끈 부착장치까지 견(犬)체 공학적 디자인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줄의 재질이다. “가죽줄의 경우 표면이 거칠어 애견에게 자극될 수 있다”며 “레자 재질은 자극이 없고 줄이 꼬이지 않아 사용 감이 최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저가제품의 경우 2개를 맞붙이거나 한 장의 레자를 겹쳐 만들어 잘 끊어지지만, 명품 가방줄처럼 2개를 접어 맞대면 4겹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죽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용감은 더 높였습니다” 내구성 문제는 기술력으로 해결했다.

우리나라 애완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약 9천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앞으로 애완동물 관련 산업 시장은 2020년까지 약 6조원(현재의 5∼6배) 수준의 성장이 전망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실 짝퉁계의 ‘미다스 손’이라고 불렸던 짝퉁기술자였다. 어떤 명품이든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그만의 경이로운 기술을 애견용 가방, 목줄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과거 그의 물건은 만들기가 무섭게 도매상에서 가져가기 바빴다. 현찰만 하루에 몇백만 원씩 만졌고 대구 모 백화점에서는 VVIP 대접까지 받았다. 그가 만든 물건의 최상의 제품으로 취급받았고 기술력으로는 이탈리아 장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두운 과거 짝퉁계의 ‘미다스 손’

하지만 단속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고 어느 순간 회의가 찾아왔다. 어느 날 신문에서 40여 년째 구두 수리를 하는 이가 대기업스카우트를 마다하고 혼자 장인의 길을 걷는다는 기사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그의 얼굴은 달아올랐다.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또 기사 내용에 장성한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대목에서, 아빠의 직업을 당당하게 못 적는 것과 대조되었다.

“짝퉁은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생각과 진정한 내 것으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변화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애견용품을 하는 지인이 강아지 목줄을 제작해달라고 한 것이다. 목줄을 제작해 본 적은 없지만, 명품 가방줄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 터라 별생각 없이 몇 개를 만들어줬다. 얼마 후 또 찾아와 반응이 좋다며 대량주문을 해갔다. 그의 말인즉 “이렇게 튼튼하고 실용성 있는 제품이 없다”고 했다. 순간 그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기술은 암암리에 인정될 수 있어도 공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짝퉁은 내 것이 될 수 없다. ‘내 것에서 장인이 되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그는 모든 것을 털고 애견용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짝퉁은 내것이 될 수 없구나…내것을 찾자“

아직은 시작단계다. 그는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는 힘들지만 ‘애견용품에 관해서 만큼은 최고의 장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제품 발명에 매진하고 있다.

“솔직히 투자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진 기술을 모두 다 쏟아 부을 수 있습니다. 애견용품의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처음부터 이 기술에 매진했었다면 지금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것”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국내 애견명품시장을 나아가 외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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