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11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폭발적 역주로 우승했다.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은 같은 종목 금메달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이고 세계에서도 세 번째인 쾌거다. 참으로 장하고 대견하다. 소치에서 메달 소식이 날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국민의 기대에 답했고, 우리 선수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빙속 여제(女帝)'라는 별명처럼 일찌감치 부동의 금메달 후보로 꼽혀왔다. 동계올림픽에 앞서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연신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성장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1, 2차 합계 74초70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고, 2위 선수와의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보다 값진 것은 그의 역주와 2차 결승선 통과 직후 살짝 보인 눈물이 국민에게 안긴 감동이다. 얼마나 몸과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한발만 비끗해도 엉뚱한 결과를 빚는 종목 특성상 주위의 큰 기대가 얼마나 부담이 됐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가 우리에게 안긴 무엇보다 큰 선물은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으로 거둔 성과가 진정한 감동을 준다는 가르침이다. 보도를 통해 접한 그의 연습은 어지간한 의지로서는 흉내조차 내기 어렵다. 20대 여성의 허리보다 굵을 정도로 허벅지 근육을 발달시킨 동시에 체중을 5㎏이나 줄여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것이 2연패의 최대 비결로 꼽힌다.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스포츠과학의 상식에 가깝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끝내 따라오지 못한 체력 조건이다. 근육의 절대 양을 늘리면서도 탄력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 다양하지만 그의 허벅지는 박지성의 발처럼 혹독한 노력만이 영광을 가져올 수 있음을 널리 일깨웠다.
그의 인상적 승리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아낌없는 박수를 그에게 보내며 다른 한국 선수들도 갈고 닦은 기량을 한껏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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