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생한 알제리 군 수송기 추락사고로 탑승자 78명 중 77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는 알제리가 1962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발생한 최악의 항공기 참사 중 하나다.
알제리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알제리 군인들과 가족을 태운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콘스탄틴시를 향해 비행하는 도중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동쪽으로 350㎞ 떨어진 움엘부아기 산악지역에 추락했다. 악천후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산에 부딪혔다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는 기적처럼 한 사람의 탑승자가 살아 남았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일한 생존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젊은 알제리 군인'이며 머리를 크게 다쳐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정도만 밝혀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알제리 군 관계자는 "생존자가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항공기 사고에서 탑승자 거의 전원이 숨질 때 이번처럼 유일하게 누군가가 살아 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같은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을 연구하는 미국 시카고의 영화감독 겸 다큐멘터리 연출가 카이 딕켄스는 역대 항공기 사고에서 "지금껏 혼자 살아 남은 생존자는 모두 15명"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 중에는 이번 말고도 2003년 3월 알제리에서 일어난 사고의 생존자도 포함돼 있다. 당시 공군 비행기 추락으로 102명이 숨졌지만 군인 1명이 목숨을 건졌다.
흥미로운 것은 죽음을 피하기 어려운 이 같은 비행기 사고 생존자들 중 어린이가 많다는 점이다. 미국 인터넷사이트 에어세이프닷컴에 따르면 유일 생존자 중 어린이와 청소년이 8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실제로 2010년 리비아 여객기 추락사고에서 104명 중 103명이 숨졌는데 8살 소년만 기적적으로 살았다. 2009년 예멘 여객기 사고에서도 153명의 승객 중 14세 소녀만 구조됐다. 1987년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이륙 도중 폭발한 여객기 사고에서도 155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는 4세 소녀였다. 당시 '기적의 아이'로 불리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부모와 두 살 위 오빠를 잃은 이 아이는 최근 미 언론 인터뷰에서 "수십 년 전의 일이지만 사고 순간이 매일매일 떠오른다"면서 "거울을 볼 때마다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 고통스럽다"며 괴로워했다.
전문가들은 항공 사고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의 생존비율이 높은 이유를 "몸집이 작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는데다 사고 발생시 어른들이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알제리 사고 항공기는 군 수송기여서 민간 항공기와 기내 구조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교하기 쉽지 않지만 영국 민간항공관리국(CAA)에 따르면 민간 항공기의 경우 탈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비상구 주변 또는 통로 좌석(64%)이 갇혀 있는 창가 좌석(58%)보다 일반적으로 생존확률이 높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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