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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13일] 코끼리는 기적이다

입력
2014.02.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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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특히 기린이나 코뿔소, 쌍봉낙타, 캥거루, 코끼리 같은 좀 특이하게 생긴 동물들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다. 이 동물들을 볼 때마다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들 동물의 존재는 인간의 상상력의 수준을 아무렇지 않게 힐난하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만약 기린이나 코뿔소, 쌍봉낙타, 캥거루나 코끼리 같은 동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상상력이 충만한 이가 자신이 상상한 동물을 그려보겠다며 목이 지나치게 긴 동물과 난데없이 코에 뿔이 난 소처럼 생긴 동물, 그리고 등에 산봉우리 같은 혹이 두 개 달린 동물과 배에 새끼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가진 동물, 코가 뱀처럼 길고 주름진 동물을 종이 위에 그렸다고 치자. 그러면 그 그림을 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하, 이건 상상력이 지나치군!" "너무 비현실적이야!". 실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 하는 용이나 유니콘만 해도 겨우 뱀의 몸통에 다리가 달려 있거나 말의 콧잔등에 뿔이 달렸을 뿐이니까. 그런데 그런 용이나 유니콘보다도 훨씬 기괴한 모양을 가진 동물들이 실제로 살아서 우리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어찌 기적이 아닐 수 있을까. 그런데도 우리는 이 생명들이 보여주는 상상력의 깊이와 높이를, 그 경이로움을 종종 너무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동물원에 가야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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