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한국시간) 오전 1시20분이 막 지났을 무렵,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챔피언 이상화(25ㆍ서울시청)가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상화는 불과 10여 분전에,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대회 2연패를 완성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2연패는 아시아에서 남녀를 통틀어 이상화가 처음이다.
이상화는 결승선 통과 직후, 금메달을 확인한 뒤, 트랙을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면서 눈시울을 붉혔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이상화는 “그 동안 훈련해온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서 (눈물이) 나왔다”며 “올림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월드컵처럼 치르려 했는데 막상 경기장에 나오니 긴장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차 레이스 때 상대 선수가 첫 100m에서 나와 발을 맞춰 주지 못해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그러나 2차 레이스에서 올림픽 신기록(37초28)을 찍은 뒤 “‘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올림픽)2연패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이상화는 이날 1차 레이스를 37초42에 골인했으나, 2차에선 37초28 올림픽 기록을 경신했다. 케빈 크로켓(40)코치는 “12년 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작성된 올림픽 신기록은 해발고도가 높은 경기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상화는 해수면과 거의 일치하는 소치 빙상장에서 해냈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대한 질문엔 “무리하면 물이 차고 아파서 재활을 병행하고 있지만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상화의 무릎 부상은 일종의 ‘직업병’이다. 현재 왼쪽 무릎에 물이 차 있는 상태다. 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역도를 하는 등, 하체에 무리가 많이 가는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또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특성상 무릎부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상화는 수술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올림픽 2연패가 먼저라는 생각에 재활을 선택했다.
2연패 준비 과정에서는 “체중을 줄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실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체중을 5㎏가량 줄였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14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으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금메달 갈증을 푼 이상화는 13일 1,000m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그는 “메달 욕심보다는 축제로 즐기고 싶다”며 “숙소 앞에 (흑해)바닷가가 있는데, 한번 가보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4년은 아직 먼 시간이다.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와 올림픽 신기록 ‘쌍끌이’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AP통신은 이상화에 이어 은메달을 따낸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ㆍ75초06)의 입을 빌어 “이상화가 마치 (육상의)우사인 볼트 같았다”고 보도했다. NBC 스포츠도 “이상화가 레이스를 압도했다”라고 속보를 내보냈고, 러시아의 한 언론은 “여자 500m는 네덜란드 선수가 시상대 맨 위에 서지 않은 유일한 경기”라고 전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상화는 이날 경기로 올림픽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고 극찬했다. IOC는 “이상화는 역대 3번째 이 종목 올림픽 2연패자다. 더구나 한 시즌에 네 번이나 신기록을 경신한 선수는 이상화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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