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는 대단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요우커들이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무려 3조원에 달하는 돈을 쓰고 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춘절(春節ㆍ우리나라의 설) 연휴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중 일부는 구매금액이 억(億)원 단위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총 3조5,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중국인 매출은 40% 선인 1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이 압도적 강세를 보여왔는데, 엔저 여파 등으로 지난해 일본인 매출은 30% 이상 감소한 반면 중국인 매출은 70% 가량 급증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매출이 2조865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조원 클럽'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외국인 매출이 약 70%, 이 가운데 중국인 매출비중은 75%에 달해 작년 한해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쓴 돈은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1,2위 면세점인 롯데ㆍ신라면세점에서 요우커들이 쓴 돈은 2조6,000억원. 여기에 한국관광공사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기타 면세점을 포함하면, 요우커들은 3조원 이상의 돈을 면세점에서만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극심한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요 면세점들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요우커의 힘은 춘절 기간에서도 확실히 드러났다. 춘절을 맞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총 8만명의 요우커들이 한국을 찾은 가운데, 각 백화점마다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이 기간 중국 관광객들이 은련카드로 쓴 돈은 200억원. 현금을 포함하면 훨씬 금액은 훨씬 늘어난다.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는 125%나 급증한 액수다. 전체 본점 매출의 약 4분의1이 요우커였으며, 객단가(1인당 구매액)는 80만원에 달했다. 롯데백화점 마케팅팀 박중구 팀장은 "최근 중국 고객들은 명품과 함께 국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길거리 브랜드 등 알뜰상품을 동시에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매출은 MCM, 까르띠에, 샤넬 등 해외 고가 브랜드 선호현상이 지속됐지만 반면 길거리 브랜드인 '스타일 난다'가 올해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중국인 매출도 지난 해보다 173.8%나 뛰었고, 내점객은 평소보다 2.5~3배 많았다. 혼수예물로 주로 쓰이는 까르띠에, 불가리 등 보석과 시계의 경우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어치 이상을 사간 고객이 상당수였다. 신세계가 중국마케팅을 위해 시작한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웨이보를 보고 중국 북경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한 류신(35)씨는 "패딩코트와 모피코트, 시계 등을 포함해 총 1,500만원어치의 상품을 구매했다"며 "5%의 상품권도 되돌려 받아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쇼핑할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은련카드 매출은 지난해보다 165% 뛰었고, 특히 20∼30대 신장률은 253%에 달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입고 나온 아이잗바바, 오즈세컨 등 여성 의류 실적이 좋았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최민도 상무는 "덤핑관광을 규제하는 중국 여유법이 시행된 이후 개별여행을 통해 쇼핑을 목적으로 한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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