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A공고 디지털기계과 3학년인 김(19)모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울산 북구 농소동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금영ETS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했다. 함께 실습을 나간 친구 3명은 적성에 맡지 않는다며 회사를 그만뒀지만 김군만 홀로 남아 자동차 부품을 자동화 설비로 나르고 교체하는 일을 했다. 고교 졸업식(12일)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오후 10시19분쯤 김군은 야근을 하다 폭설로 내려 앉은 공장 지붕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당시 공장 안에는 7명의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김군이 일하던 쪽의 지붕만 무너졌고, 김군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산업체 실습생은 규정상 야근을 못하지만 김군은 정식 입사가 확정된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당을 2배로 받는 야근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군은 이날 야근을 마치고 12일까지 쉰 뒤 졸업식 후에 다시 출근할 계획이었다. 김군의 아버지는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에 통화하면서 '조심해서 일해라'고 당부까지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울산에 최고 16㎝의 폭설이 내리면서 공장 지붕이 무너져 김군 등 2명이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40분쯤 울산 북구 효문동 자동차 부품업체 세진글라스 공장 지붕이 폭설로 내려앉아 공장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근로자 이모(37)씨가 숨지고 박모(36)씨 등 2명이 경상을 입었다. 무너진 장소에는 근로자 3, 4명이 더 있었으나 순간적으로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경찰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 패널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0일 오후 6시31분쯤에도 북구 염포시장의 길이 70m 아케이드 지붕이 무너졌으나 당시 주변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울산은 기상청 관측이래 역대 5번째 적설량을 기록했다.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강원 동해안 지역에선 닷새만에 대설특보가 모두 해제되는 등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폭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1일까지의 최심적설(실제 지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은 강릉 110㎝를 비롯해 속초 80.7㎝, 대관령 74㎝ 등을 기록했다. 강릉지역의 경우 기상관측 이후 가장 많은 눈이 내렸던 1990년 138.1㎝와 1923년 130.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폭설이다. 기상청은 13일부터 또 한차례의 폭설 가능성을 예보해 주민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양양군 현북면 연하마을 장리 건설현장 임시숙소에선 1m가 넘게 쌓인 눈에 엿새째 고립됐던 백모(54)씨 등 3명이 소방 특수산악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또 강릉 강동면 신성우리 축사 일부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등 농업시설 77개 동이 피해를 입었다.
강릉과 동해, 고성 등 5개 지역 시내버스 33개 노선(259㎞)이 단축운행 돼 주민 1,100여 명이 고립생활을 이어갔고, 이날 하루 동해안 6개 지역 초ㆍ중ㆍ고 90개교가 휴업했다. 인제와 속초를 잇는 미시령관통도로와 진부령은 월동장구를 갖춘 차량에 한해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강릉시를 방문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강원 동해안과 경상북도 등 폭설피해 지역에 특별교부세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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