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사고로 하반신 마비, 사고 이후 아내의 우울증으로 인한 가출과 이혼 등으로 방황 하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40대 만학도가 박사학위를 받는다. 주인공은 13일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받는 박종균(49)씨. '척수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한국형 전환재활 시스템(TRS) 모형 개발'이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이 통과된 박씨는 "중도장애인의 재활과 산재장애인의 사회복귀, 우리나라 중증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 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충북 단양 출신인 박씨는 26세때인 1991년 탄광 막장 붕괴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2년 간의 병원신세를 진 뒤 퇴원했지만 그의 모든 상황은 변해버렸다. 장애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설상가상격으로 아내는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이혼하면서 1남1녀의 자녀는 엄마를 따라갔고 홀로 남은 박씨는 요양병원을 전전하며 술에 의지했다. 그러나 98년 모친이 사망하고 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모셔와 함께 살면서 박씨는 변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아들과 딸도 함께 살기 위에 그에게 돌아오고 안정을 되찾았다. 지금의 아내 민모(40)씨를 만나 재혼도 했다.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 2003년 졸업했다. 이후 우연히 김종인 나사렛대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했고, 2004년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학위에 도전했다.
박사 과정 틈틈이 장애인 체육 활동에도 열정을 쏟은 그는 2005년 장애인전국체전 휠체어 테니스 대표선수를 계기로 2007년 충북장애인체육회, 2008년 충주시장애인체육회를 만들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산재장애인을 위한 집단상담, 근로자들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산업안전강사, 장애인식개선강사 등으로 나서면서 장애인을 위한 삶을 실천하고 있다. 아내도 올해 남편을 따라 이 대학 재활학과 박사과정에 입학, 부부가 같은 길에 들어섰다.
박씨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장애인의 행복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절감한다"며 "아내와 함께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를 확대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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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나사렛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박종균씨가 강의를 하고 있다.
/나사렛대제공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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