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1949년 양안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장관급 회담을 갖고,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고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만나는 '시마후이'(習馬會)의 성사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양안이 '중화 통일의 대장정'을 시작했다는 희망 섞인 평가도 나온다.
당국간 상시기구 설치에 합의
중국 신화통신은 11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자금산장(紫金山莊)에서 장즈쥔(張志軍)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과 왕위치(王郁琦)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이 만나 양안 당국 책임자간 첫 공식 회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당국간 대화와 만남을 위한 상시기구 설치와 양안 관계의 평화적인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1992년 '양안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92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양안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다. 장즈쥔 주임은 "상시기구는 쌍방의 소통과 이해를 넓힐 뿐만 아니라 양안의 교류 속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서로 협의해 처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92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상호 정치적인 신뢰도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
회담에서 왕위치 주임위원이 "양안관계에 평화적 발전의 좋은 기운이 더욱 퍼져나가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하자, 왕즈쥔은 "우리가 나가는 길이 옳기만 하면 그렇게 멀지만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위치가 장즈쥔에게 적절한 시기 대만을 방문해주도록 요청하자 장 주임은 이를 받아들였다. 왕 주임위원은 12일 난징대에서 양안 학생교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13, 14일 상하이사회과학원에서 좌담회 등을 가진 뒤 귀국한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 이어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이 17~19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제10차 양안 회담도 조만간 개최된다.
정상회담 언제 성사될지 관심
이번 회담은 '당 대 당' 대화와 민간 차원의 협상에 의존해온 그 동안의 양안 대화가 공식 정부기구간 협상으로 전환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1945년 8월 일본의 항복 이후 장졔스(蔣介石)의 국민당과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은 치열한 국공내전을 벌였다. 49년 장제스가 대만으로 쫓겨간 뒤에도 중국은 30여년 동안 대만 영토인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앞바다의 진먼다오(金門島)에 무려 100만발의 포탄을 퍼 부을 정도로 관계가 험악했다.
이랬던 양안은 중국의 개혁 개방 과정에서 대만의 기술과 자본이 큰 역할을 하며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93년 4월 싱가포르에서 민간 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의 첫 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이 두 기구를 통한 9차례의 양안 회담은 논의 대상이 경제 협력과 민간교류 부문에만 국한돼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이번 회담은 양국 정부 장관급 당국자가 처음 만난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대만 언론들이 이날 회담을 '신(新)이정표' '신기원' '중대돌파구'등으로 묘사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양안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시 주석과 마 총통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국은 신중한 태도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마 총통이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국호) 총통 신분으로 시 주석을 만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만 총통이 아니라 국민당 총재 자격으로 오라는 게 중국 주장이다.
그러나 두 정상 모두 상대방에 우호적인데다 통일 논의에도 적극적이란 점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롄잔 명예주석, 샤오완창(蕭萬長) 전 대만 부총통, 우보슝(吳伯雄)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을 잇따라 만나 "중화민족의 전체 이익이란 관점에서 양안 관계를 크게 보고 양안 관계의 전면적 발전을 추진하자"고 주창했다. 그에게 통일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절실한 과제다. 마 총통도 2008년 취임 이후 중국과의 전면적인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의 대삼통(大三通) 시대를 연 인물이다.
경제적으로 중국ㆍ대만은 이미 공동시장
경제 협력과 교류 면에서는 이미 통일이 성큼 다가온 상태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하는 등 양안 경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대만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만 기업가도 100만명이 넘는다. 중국과 대만을 아우르는 공동시장 개념의 '차이완'(Chiwan) 시대는 이미 현실이다.
민간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 무려 285만명의 중국인이 대만을 다녀갔다. 대만 관광국은 현재 3,000명으로 제한된 중국인 개인여행자의 일일 입국 제한을 4월부터 4,000명으로 확대했다. 체류 기간도 15일에서 한 달까지 연장한다. 단체 관광의 경우는 이미 입국자 수 제한이 없다.
네티즌들은 이날 회담을 반겨 "중화의 평화 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양안 동포가 서로 힘을 합친다면 훨씬 부강한 중화 민족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의 이익이 무엇보다 우선이다"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분단 후 첫 정부 고위당국자간 만남에서 벌써 중화통일을 엿본 듯 한 분위기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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