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제게 재주가 있거나 잘 쓰니까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쓸 수밖에 없는 어떤 겁니다. 제 마음에 어둠을 심는 것들,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잘 견뎌온 건 소설을 썼기 때문일 겁니다.”(소설 부문 당선자 김태우)
“버스를 타고 서울광장을 지나는데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을 말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작가가 되겠다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더군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희곡 부문 당선자 김원태)
글을 쓰는 이유는 달랐지만, 그들 모두는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글쓰기가 곧 삶이고 삶이 곧 글쓰기인 신인 작가들의 열정이 꿈틀거리는 자리였다. 이준희 한국일보 부사장은 4개 부문 당선자인 김원태(35ㆍ희곡), 김진규(25ㆍ시), 김태우(42ㆍ소설), 정신(43ㆍ본명 김정신ㆍ동화)씨에게 각각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작가로서 내딛는 첫걸음을 축하했다. 동시부문은 올해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네 수상자는 다양한 인생의 행로를 거쳐 이날 글쓰기라는 장도에 함께 올랐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구성, 제약회사 사사 편찬 등의 일을 하다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우씨는 “그 동안 글을 쓰고 싶어서 글을 쓴 게 아니라 쓸 수밖에 없어서 썼다”며 “소설에 온전히 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려 왔으며 나이가 들어서도 현역인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두 아들의 아버지인 김씨처럼 정신(본명 김정신)씨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김씨가 첫째를 낳고 키우며 품은 생각이 씨앗이 된 작품이 당선작 ‘피아노’인 것처럼, 정신씨의 당선작 ‘딱 좋은 날’ 역시 아들에게서 모티프를 얻어 쓴 동화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난 뒤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동화를 쓰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정신씨는 “담백하게 써내려 가면서도 재미와 위트, 철학을 놓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원태씨는 지난 10년간 연극계에서 실력을 쌓으며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붙잡고 있었다. 극작가 고연옥씨의 적극적인 독려가 큰 힘이 됐다는 그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당선작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에) 담았다”면서 “단 한 작품을 쓰더라도 잡설이 아닌 의미 있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수상자 중 가장 어린 김진규씨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캐나다에 1년간 머물다 최근 귀국했다. 그는 “세상 모든 것들이 ‘나’라는 필터를 통해 어떻게 전과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 치열하게 시를 쓰겠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올해 신춘문예 심사위원인 김정환ㆍ정호승(시)씨, 은희경(소설)씨, 이상희(동시)씨, 김이구ㆍ박상률(동화)씨, 한태숙(희곡)씨와 소설가 김승옥씨, 문학평론가 황현산씨, 수상자 가족 및 지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당선자들의 등단을 축하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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