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이 유엔난민기구(UNHCR)와 손잡고 국내외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을 개최한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소박한 명제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고향을 떠나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전세계 3,500만명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3D 프린터 등 최신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리의 인식 밖에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전시다.
난민은 '인종, 종교, 정치, 사상 등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된다. 오늘날 우리에게 난민은 다소 먼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한국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었다.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난민 역시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반기문 사무총장의 나라' '인권국가'로 인식하며 희망을 품고 찾는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6,400명 이상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고 이 중 350명 가량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난민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이 전시를 위해 실제 난민들,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들과 아프리카 니제르 현지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방문해 영상을 찍었고 이를 토대로 한 뼘 크기의 3D 미니어처를 제작했다. 수십 개의 미니어처는 계단, 창틀, 화장실 선반 등 미술관 곳곳의 틈새 공간에 설치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각 미니어처에는 QR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코드가 입력돼 있어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난민 개개인의 사연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있다. 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결돼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장소와 작은 크기 때문에 미술관 속 난민들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그러나 한 두 명이라도 난민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열린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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