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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정도전 서점가서 '미완의 꿈'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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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정도전 서점가서 '미완의 꿈' 피다

입력
2014.02.1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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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에 정도전 열풍이 불고 있다. 정도전과 관련한 학술 서적뿐 아니라 그의 일생을 담은 소설 등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제연구소장이 정도전과 관련한 역사 강의를 묶어 (옥당 발행)를 냈고 소설가 김탁환은 (민음사 발행)을 출간했다. 이재운의 소설 (책이있는마을 발행)과 김진섭의 (아이필드 발행)도 나왔다. 1997년 출간돼 정도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촉발시킨 조유식의 (휴머니스트 발행)도 다시 나왔다.

출판가의 정도전 열풍은 KBS 주말 대하사극 '정도전'에 힘입은 바 크다. 대하사극 '정도전'은 1월 4일 첫 회 시청률이 11.6%(닐슨코리아 조사)에 이르렀으며 9일에는 13.6%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조선 개창 역사를 담은 사극 '용의 눈물'의 영광을 재현할지 기대를 모으는 드라마다.

삼봉(三峯) 정도전(1342~1398)은 고려 말 부패한 정치와 극심한 빈부격차로 백성이 도탄에 빠진 것을 보고 조선을 설계했지만 개혁을 펼치기도 전에 이방원의 칼날에 참살된 비운의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실패한 혁명가로 볼 수 있는 그가 새삼 재조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혼란한 상황을 타파할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바라는 열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덕일 소장은 에서 "백성을 최우선으로 놓았던 정도전 같은 지식인이 필요한 시대라는 증거"라고 말한다.

정도전은 조선경국전 등에서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며 "민심을 얻으면 백성은 임금에 복종하고, 민심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군주를 버린다"고 했다. 그는 또 "하늘이 백성을 내면서 통치자를 세운 것은 백성을 잘 살게 보살피고 편안하게 다스리라는 것"이라며 "임금 도리를 잘하고 못하느냐에 따라 민심은 따르기도 하고 배반하기도 하며 하늘의 뜻이 오고 가는 것은 다 여기에 있다"고 했다.

백성을 최우선 가치로 놓은 그의 민본사상은 맹자의 역성혁명론과 닿아 있다. 정도전이 전라도 나주와 고향인 경상도 영주에서 10여 년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정몽주가 선물한 맹자를 탐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도전은 유배 생활에서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었던' 가난한 백성의 피폐한 삶을 보았다. 그는 새 왕조 개창 즉 역성혁명을 통해 그 질곡을 벗어나고자 했다. 가난한 백성을 위해 그가 구상한 토지개혁은 획기적이었다. 모든 토지를 나라가 몰수해 공전(公田)으로 만든 다음 이를 모든 백성에게 나눠 주는 것(과전법)이었다. 그의 토지개혁은 세상을 엎어야 한다는 급진 논리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사회는 공자가 예기에서 말한 대동사회(大同社會), 소강사회(小康社會)다. 모두가 고루 행복한 공동체 사회를 뜻한다. 한 개인이나 소수가 돈과 권력을 장악한 사회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사회여야 한다는 얘기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백성이 복종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는 정도전의 말은 그래서 여전히 현재형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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