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소속 6급 공무원 김모씨가 민간단체에 지원하는 정부보조금 1억6,000만원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및 환수 업무를 담당하는 김씨는 해당 단체가 쓰고 남은 지원금을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 받는 수법으로 13곳에서 받은 돈을 국고로 환수하지 않고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썼다. 경찰수사로 범행이 드러나기 전까지 김씨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김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8곳의 민간단체가 정부보조금을 각종 편법으로 가로챈 사실을 별도로 확인했다. 이들은 한 행사에 대한 보조금을 정부의 여러 기관에 중복 신청하는 수법 등을 썼다. 산림청으로부터 행사를 위탁 받은 뒤 안행부와 서울시에도 별도의 보조금을 신청해 가로채는 식이다. 부처별로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정부보조금을 멋대로 가로챈 김씨와 해당 민간단체의 죄질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IT 강국이란 우리나라에서 혈세가 이렇게 허술히 관리되고 있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간단한 입출금 전산화 작업만 했어도 어느 단체가 어디를 통해 얼마의 나랏돈을 썼는지 금방 파악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여태껏 이를 방치하며 후진적인 범죄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안행부 등 관계 부처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안행부는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비영리민간단체의 보조금 운영 과정을 전산시스템으로 관리하고 현금 취급은 전면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뒤늦은 조치지만 여기서 끝내서는 안 될 일이다.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은 거의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특정 공무원 한두 명이 전담하고 있기에 이 같은 범행이 다른 곳에서도 저질러졌을 개연성이 있다. 관계 당국은 이번에 적발된 김씨 등에게 엄히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보조금을 착복하거나 편법 수령한 다른 공무원이나 민간단체가 없는지 추가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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