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현장과 화면에서 ‘애플’이 추방됐다. 취재진이 앉아있는 사용하는 애플사 노트북 맥북의 사과 모양 로고는 테이핑 돼 볼 수 없다. 애플 로고가 박혀 있는 아이패드는 로고가 보이지 않게 눕혀 놓아야 된다. 애플이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전부터 공식 후원사를 제외한 기업 홍보를 엄격하게 금지해왔다. 소치 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삼성을 포함해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단 10곳이다. 각 분야별로 선정된 공식 후원사는 올림픽 기간 내 브랜드 노출권 등 다양한 독점 마케팅 권한을 얻는다. 이들은 IOC에 모두 10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후원 비용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홍보는 물론 올림픽 오륜마크 사용, 참가선수를 이용한 상업적 광고 등이 금지된다. 올림픽 헌장을 위반할 경우 해당 선수는 메달이 박탈되거나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되며, 기업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기업에게 올림픽은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공식 후원사 외 기업은 엄격한 규제를 피해 ‘매복 마케팅’을 감행한다. 일부 국내 기업은 동계 스포츠 체험장을 만들거나, ‘소치’또는 ‘올림픽’이 들어가지 않은‘힘내라 국가대표’, ‘응원한다’, ‘승리기원’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이클 조던은 미국 국기를 교묘하게 이용해 공식 시상식 유니폼 속 리복 로고를 가려 경쟁사인 나이키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었다.
과한 스폰서 보호 정책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스폰서 과보호로 말이 많았던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매복 마케팅을 방지하기 위해 ‘2012’, ‘런던’ 등 단어 사용도 제한했다. 뿐만 아니라 맥도날드 등 스폰서 제품 외에는 경기장 안에서 음식도 사먹지 못하게 해 시민들 사이에서‘패스트푸드 추방 운동’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박준하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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