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10일 연합 군사훈련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달 20~25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 당국은 이날 우리 측의 훈련 일정 발표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간 각종 매체를 동원해 군사훈련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꾸준한 경고를 보내 왔다. 노동신문은 9일 "미국이 진실로 평화와 핵군축에 관심이 있다면 반공화국 핵선제공격 야망을 더는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며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했다.
북측은 앞서 남북이 상봉행사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인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체제에 대한 비방ㆍ중상이 계속되는 한 (이산가족 상봉) 합의의 이행을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남측이 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이산상봉 성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게다가 상봉 일정이 키 리졸브 훈련과 이틀(24, 25일) 겹쳐 북한이 상봉 행사를 얼마든지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상봉행사와 군사훈련의 무관함을 강조하며 북측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도 이번 한미 훈련이 방어적 성격의 연례 연습임을 잘 알고 있어 이산상봉과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훈련 중단 요구가 상봉행사 자체를 무산시키기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훈련의 위험성을 대외에 알리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이산상봉 행사를 무산시키면 남북관계를 대외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전략은 상당기간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또 있다. 현재 상봉 장소로 사용될 금강산 일대에는 1m가 넘는 폭설이 내려 교통 사정이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현재 우리 측 제설차량 3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상당부분 마쳤다"며 "앞으로도 눈이 더 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긴급 제설작업을 실시해 행사에는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추운 날씨 탓에 상봉 취소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북측이 폭설을 이유로 상봉 연기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또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의 석방을 위해 초청한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지난해 8월에 이어 돌연 철회한 점도 여전히 불안정한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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