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석방을 위한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요청을 취소했다고 미 국무부가 9일(현지시간) 밝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을 두 번씩이나 취소한 것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북한이 지난해 5월 배씨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사실을 지적했다. 앞서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르면 10일 킹 특사가 배씨의 석방을 위해 방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킹 특사 초청을 취소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달 말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 계획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인권담당인 킹 특사가 방북할 경우 배씨 문제가 인권문제로 부각된다는 점을 기피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에도 배씨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킹 특사를 초청했으나 한미연합훈련에서 B-52 전략폭격기가 북한을 향해 공격적인 비행을 했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반면 북한은 10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의 방북을 허용했다. 이날 평양발 APTN 보도에 따르면 그레그 전 대사가 비정부기구(NGO)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은 당초 킹 특사가 방북할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북한이 같은 미국인이라도 정부의 특사는 거부한 채 민간인은 받아들인 셈이다. 특히 그레그 전 대사는 주한 대사와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 책임자를 지내 한반도 이슈에 정통하고 대북 유화파여서 북한이 그의 평양행을 허용한 것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분석을 부인했다. 그레그 전 대사가 87세의 고령인 데다 은퇴한 지 20년이 됐고 미 정부에서도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배씨의 석방과 상관없는 개인 자격의 방북이라는 얘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리 예정된 NGO의 방북이 우연히 킹 목사의 예정된 일정과 겹쳤을 뿐"이라며 "그레그 전 대사의 이번 방북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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