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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성매매와의 전쟁, 이번엔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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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성매매와의 전쟁, 이번엔 끝낸다"

입력
2014.02.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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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의 한 고급 호텔. 방 요금인 668위안(12만원)을 내면 직원이 복도를 따라 안내를 한다. 도착한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으면 한쪽 벽의 가림 막이 올라가고 유리벽 뒤에서 여성 2명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화려한 조명 아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직원은 "왼쪽 193번의 고향은 충칭(重慶)이고 오른쪽 136번은 둥베이(東北)"라며 "아가씨들은 이쪽을 볼 수 없고 두 사람 모두 800위안(14만원)씩"이라고 설명한다. 잠시 뒤 또 다른 전라의 미녀가 등장하자 이 직원은 "저 아가씨는 1,200위안"이라며 "1,500위안인 아가씨도 있다"고 귀띔한다.

중국 CCTV가 9일 몰래 카메라로 둥관시의 불법 성매매 현장을 고발했다. 홍콩과 광둥성 성도(省都)인 광저우(廣州)를 연결하는 둥관시는 수출 제조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교통의 요지. 옛부터 '성매매의 천국'으로 불려온 곳이다. 당국에서 불법 성매매 업소에 단속을 벌인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업소들이 문을 닫아 걸고 고용된 여성들도 잠적해버려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국 CCTV가 이날 둥관시의 불법 성매매 실태를 주요 뉴스시간마다 반복해서 보도하자 둥관시 당국은 그날 저녁 무려 6,5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호텔 사우나와 고급 주점, 노래방과 향락 업소 등 300곳을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둥관시 정부는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려 밤 9시부터 단속을 시작해 1시간 사이 67명을 체포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10일에는 단속 범위를 광둥성 전역으로 확대했다.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는 이날 CCTV 보도와 관련해 "지적된 곳뿐 아니라 둥관시 전역에 그물망식 조사와 단속을 펼칠 것"이라며 "성 공안청도 광둥성 전역의 불법 성매매 행위를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난해 마약 마을을 소탕한 것처럼 이번엔 불법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며 "먼저 일시적 해결로 위엄을 세운 뒤 근본을 치료해 종합적으로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광둥성 공안청은 지난해 12월말 '중국 최대 마약 마을'로 불리는 루펑(陸豊)시 보스(博社)촌에 무장병력 3,000여명을 투입해 마약 제조 판매 조직을 소탕했다. 경찰은 당시 마약 사범 182명을 체포하고 히로뽕 3톤과 원료 23톤도 압수했다.

후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이을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의 한 사람이다.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서기, 루하오(陸昊) 헤이룽장(黑龍江)성장 등과 함께 대망을 겨룰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성매매와 전쟁에서 승리하면 그에게는 지난해 마약집단 소탕에 이어 또 하나의 정치적 치적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역풍이 불 경우 정치적 부담만 떠안을 수도 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는 불법 성매매 단속에 대한 실효성과 관련, 찬반 논란이 뜨겁다. 후 서기의 불법 성매매 단속 결과가 중국의 미래 정치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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