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법원 판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당 지도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마땅치 않다. 와중에 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야권과의 공조마저 삐걱거려 지도부가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김한길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통해 지난 대선과정에 저질러진 불법개입 사실들을 소상히 밝혀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특검으로 뒤틀린 현실과 잘못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이어 열린 의원총회는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설훈 의원은 "김한길 대표가 직을 걸고 특검을 요구하는 결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고 박범계 의원은 특검과 인사청문회 연계 등 명확한 지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의 불만과 지적은 "지금까지 특별한 대응을 않다가 이제 와서 특검을 하자고 하니 누가 그 말을 믿겠느냐"는 것으로 요약됐다.
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번져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특검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모든 장관 해임건의안만 제출하면 끝인가? 조용히 실종시켰다 무죄 나오니 말로만 특검하겠다며 대표 투어하면 모든 것 다 되나요?"라고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무기력한 김한길 지도부가 김용판 판결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비판과 함께 경질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도부 책임론은 잇따른 개혁그룹 결성과 맞물리면서 내홍이 격화할 우려마저 제기된다. 김기식 의원 등 초ㆍ재선 의원 21명이 참여하는 정치행동그룹 '더 좋은 미래'는 11일 국회에서 발족식을 갖는다. 3선의 최재정 강기정 의원 등이 주축인 '혁신모임'도 금주 중 발족할 예정으로 향후 노선투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검 도입을 위한 야권 공조마저 순탄치 않아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연말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한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시민사회ㆍ종교계와 이날 오후 연석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안 의원 측이 사전 조율 미비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 측이 특검 공조가 '선거연대'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새정치추진위원회 송호창 소통위원장은 "특검 도입을 이유로 국회 운영이 지장을 받아선 안 된다"면서 특검 요구와 의사일정 연계를 주장하는 민주당 강경파와도 차별화에 나섰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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