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가-2]를 바탕으로 제시문 [나]와 [다]를 비교 분석하시오. (1,000자 안팎,ㆍ50점)
[제시문 가]
1.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데모스테네스는 “자기를 속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은 없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쉽게 믿어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몇 가지 조사에 따르면 ‘자존감’뿐 아니라 ‘행복’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관련이 없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해 지기 위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현실 인식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바보의 낙원’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가 우월하게 보일 비교 기준을 선택할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사실이 아닌 의견을 견지한다는 증거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와 자기의 미래를 ‘장밋빛 안경’을 통해 바라본다. 이러한 결론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긍정적 편향을 갖는 것이 정확하고 유효한 자기 평가를 하는 것보다 실제로 정신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 환상’이라고 한다. 자기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 평가와 미래에 대한 과도한 낙관적 신념, 그리고 자기 자신이 주변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하다고 한다. 긍정적 환상이 더 나은 육체적 건강, 그리고 역경에 대한 보다 나은 대응 방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긍정적 환상을 더 자주 품는 학생들이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
2. ‘현실주의적 낙관성’은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낙관적 사유성향이다. 현실주의적 낙관성은 자신에 대한 규칙적 점검, 잠재적 기회와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재평가와 연관된다. 자기 신념의 실현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환경적ㆍ사회적 피드백에 주의를 기울인다. 현실주의적 낙관성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 성장 또는 배움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에 대해서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와 해석은 사실과 확실성에만 근거할 수는 없다. 우리는 보통 미래가 무엇을 가져다 줄지, 인생의 작은 사건이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를 일정한 한계 안에서 해석한다. 사실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반적 표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잔에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다고 보지 말고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고 보라”거나 “먹구름 뒤의 태양을 보라”는 식으로 격려한다. 그러나 낙관성은 하나의 신념이므로 잘못된 믿음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암이나 심장 질환이 발병하거나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거나 경제적으로 파산할 가능성이 사회의 평균치보다 훨씬 낮다고 믿는다. 이러한 유형의 비현실적 낙관성은 근거 없는 안전감을 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행복증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낙관성이 현실적이어야 한다.
[제시문 나]
“운명은 바야흐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자, 산초여, 저쪽을 보아라. 서른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흉악한 거인들이 버티고 서 있다. 나는 저놈들과 싸워 다 죽인 후에 거기서 얻은 전리품으로 일약 거부가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의의 전투! 이 지구상에 널려 있는 악의 씨를 없애는 하느님에 대한 위대한 봉사이다.”
“아니 거인들이 어디 있어요?” 하고 산초가 물었다.
“아, 저쪽에 긴 팔을 가진 놈들 말이다. 어떤 놈들은 팔 길이가 거의 20리에 걸쳐 뻗쳐 있구나.”
“나리, 저 거인처럼 보이는 것들은 말입죠, 실상은 풍차들이에요. 그리고 저 팔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의 힘으로 움직여서 맷돌을 돌리는 날개입죠.”
“정말 너는 모험이라는 것을 통 겪어보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저놈들은 틀림 없는 거인들이야. 겁이 나거든 여기 가만히 있거라. 내가 저놈들하고 치열한 싸움을 하는 동안 너는 여기에서 물러나 기도나 하며 엎드려 있으란 말이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돈키호테는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했다. 지금 공격하려는 것은 거인들이 아니고 풍차라고 악을 쓰는 산초의 말을 아예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들이 거인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산초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까이 가서도 그것이 정말 무엇인가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 비겁하고 형편없는 놈들아, 여기 기사 한 명이 너희들과 맞서려고 하니, 아예 도망갈 생각은 말아라.”
이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풍차 날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돈키호테는 이것을 보자 다시 소리를 질렀다.
“네 놈들은 부리아레오보다 더 많은 팔을 움직인다 할지라도 나에게 호되게 당하리라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자기가 사모하는 둘시네아님에게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사 하고 두 손 모아 비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고는 방패로 몸을 가리고 창은 가슴받이에 달린 철고리에 꽂은 채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하면서 맨 앞에 있는 풍차로 덤벼 들었다. 창으로 날개를 치니 세찬 바람이 일어나 날개를 돌리는 통에 창은 그만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과 기수는 공중으로 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져 들판을 떼굴떼굴 굴렀다. 산초가 당나귀를 전속력으로 몰아 주인을 구하려고 달려가 보니 돈키호테는 처참하게 쓰러져 있었다.
[제시문 다]
옛적에 한 여자 있으되 일신이 갖은 병신이라 나이 사십이 넘도록 출가하지 못하여 그저 처녀로 있으니 옥빈홍안이 절로 늙어가고 설분화용이 공연히 없어지니 설움이 골수에 맺히고 분함이 심중에 가득하여 미칠 듯 취할 듯 좌불안석하여 세월을 보내더니 (중략)
내 비록 병신이나 남과 같이 못할소냐 / 내 얼굴 얽다 마소 얽은 구멍 슬기 들고 / 내 얼굴 검다 마소 분칠하면 아니 흴까 / 한 편 눈이 멀었으나 한 편 눈은 밝아있네 / 바늘 귀를 능히 꿰며 버선볼을 못 박으며 / 귀 먹다 나무라나 크게 하면 알아듣고 천둥 소리 능히 듣네 / 오른손으로 밥 먹으니 왼손 하여 무엇 할고 / 한 편 다리 병신이나 뒷간 출입 능히 하고 / 콧구멍이 맥맥하나 냄새는 쉽게 맡네 / 입술이 푸르기는 연지 빛을 발라보세 / 엉덩 뼈가 너르기는 해산 잘할 본보기요 / 가슴이 뒤 앉기는 진일 잘 할 기골일세 / 내 얼굴 볼작시면 비록 곱진 아니하나 / 일등 수모* 불러다가 헌사롭게 단장하면 / 남이라고 맞은 서방 난들 설마 못 맞을까 / 대체로 생각하면 내가 결단 못할손가 / 부모 동생 믿다가는 서방맞기 지난하다 / 오늘 밤이 어서 가고 내일 아침 돌아오면 / 중매파를 불러다가 힘을 써서 청혼하면 어찌 아니 못될손가 / 이처럼 생각하니 없던 웃음 절로 난다 / 신령님도 알 것이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 부모들도 의논하고 동생들도 의논하여 / 김도령과 의혼하니 첫 마디에 되는구나 / 혼인택일 가까우니 엉덩춤이 절로 난다
*수모: 혼례 때 신부의 단장을 도와주는 여성
[예시답안]
제시문 (가)에서는 현실주의적 낙관성을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낙관적 사유 성향’이라고 정의하며 현실을 기반으로 한 낙관성이 중요한 것임을 주장했다. 왜냐하면 비현실적 낙관성은 하나의 신념으로써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거나 경제적으로 파산할 가능성이 낮다고 믿는 것처럼 근거 없는 안전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에서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비현실적 낙관성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풍차를 보고 거인으로 착각하여 돌진을 한다. 그의 무지함을 간과하고 하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신념을 믿고 돌진한 결과 죽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은 낙관성과 자신감이 불러온 폐해를 통해 현실주의적 낙관성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역시 (다)에서도 일신이 갖은 병신인 여자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낙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기 외모에 대해 얽고 검고 한 쪽 눈이 멀었다는 등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나, 자신도 꾸미고 나면 괜찮아져서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성을 갖고 있다. 여기서 현실을 직시하더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나 의지 없이 막연히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 또한 비현실적 낙관성임을 알 수 있다.
(나)와(다)는 자신에 대한 규칙적 점검, 잠재적 기회와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재평가와 환경적ㆍ사회적 피드백과 극한 상황에서도 긍정적 성장 또는 배움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결여된 비현실적 낙관성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신념인 낙관성은 비현실적 낙관성과 현실적 낙관성이라는 양 갈래 길의 성격을 띠고 있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는데 그 사이에서 현실주의적 낙관성을 함양하는 것이 장기적인 행복증진에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 유익할 것임을 시사한다. 선범수ㆍ광주 동신고 3학년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연세대 사회계열의 논술 고사 유형적 측면을 먼저 살펴 보면 인문계열과 마찬가지로 문항수는 총 2문제이며 문제 풀이 시간은 2시간이 주어진다. 써야 하는 글자의 수는 총 2,000자 내외이다. 지난 연세대의 전형 방안을 살펴 보면 글잣수는 한 문제당 800~1,500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실상 1,600~3,000자 사이의 글을 쓰는 것이다. 2013학년도 사회계열의 문제 형식을 비교해 보면서 형식적 측면에서 문제의 유형이 어떤지를 살펴 보자.
“제시문 (가-2)를 바탕으로 제시문 (나)와 (다)를 비교 분석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2013학년도 연세대 사회계열 1번 문제는 제시문 2개를 비교하는 ‘2자 비교’이다. 비교해야 하는 제시문의 개수가 인문계열의 제시문보다 줄어 사회계열을 지원한 학생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비교 기준을 특정 제시문에서 찾으라는 요구사항을 담고 있어 기출문제를 연습하며 연세대 논술 시험을 꾸준히 대비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다소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사회계열 논술 문제의 주제는 인문계열의 주제인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확장한 ‘세계’에 관해 출제된다고 보면 적절하다. ‘세계’라는 주제를 풀이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종교, 과학, 환경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연세대 사회계열의 논술 문제에서 인간 세계의 각종 분야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사회과학 주제들을 출제한다는 점을 잘 숙지하고 있다면 조금은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논술 시험을 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하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수험생들이 이미 사회탐구 과목들을 통해 배운 내용들을 출제하고 있기에 배경지식을 특별히 쌓을 필요는 없다.
논제의 요구사항을 살펴 보면 제시문 (나)와 (다)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제시문 (가-2)를 바탕으로 비교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것은 (가-2)에서 비교할 기준을 찾으라는 말이다. 그리고 분석하라는 말은 그 기준들을 하나씩 연결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답안에서는 (가-2)를 먼저 정리했는데 내용이 잘 정리됐다. 낙관성은 현실적인 성격을 가져야 함을 잘 찾았다. 다만 그 이유가 아쉽다. 답안에서는 현실적 낙관성이 중요한 이유를 근거없는 안전감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에서는 그 결과까지도 보여 주고 있다. 환경적ㆍ사회적 피드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비현실적 낙관성은 근거 없는 안전감만을 제공하여 비현실적이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독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작성한 것이 티나는 답안이다. 다시 한 번 논술 시험에서 제시문 독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 이외에 현실주의적 낙관성이 갖춰야 하는 조건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실주의적 낙관성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함을 찾아 내야 한다. 먼저 자신에 대한 규칙적 점검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것과 둘째, 잠재적 기회와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재평가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점, 셋째, 환경적ㆍ사회적 피드백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바로 이 조건들이 제시문 (나)와 (다)를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가-2)를 바로 정리하지 않고 (나)와 (다)를 비교하는 문장으로 답안을 전개해도 괜찮다.
비교 내용을 살펴 보자. 먼저 (나)에서 나오는 돈키호테는 비현실적 낙관성을 가진 인물로 설명하고 있는 점은 맞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문에 근거하지 않고 제시문을 통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추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돈키호테는 원작에서 죽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수험생이 제시문을 오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은 제시문 (다)를 작성한 부분이다. 제시문 (다)에는 몸이 불편하여 결혼을 못한 여자가 나온다. 그런데 여자는 자신의 몸이 불편한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점검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십이 넘어서도 결혼의 기회를 노리면서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현재 부족한 단점을 책망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통해 결혼생활을 꾸려 갈 수 있다는 결단을 내리고 있다. 주인공은 부모, 동생의 가족들과 결혼을 상의하며 매파를 통해 결혼을 추진하여 마침내는 혼인하는 데에 성공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틀렸다. (다)의 주인공인 여자는 현실주의적 낙관성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두 제시문의 차이를 밝히지 못하고 있어 이 답안은 합격과는 거리가 먼 답안이 되었다. 마지막 단락도 자신의 견해를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좋지 않다. 비교하기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비교할 내용들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형 종로학원 논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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