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7,000만 정 이상 제작돼 전세계에 보급된 러시아의 명품 소총 AK-47이 개발자인 미하일 칼라슈니코프가 사망한 지 한달 여 만에 제작회사마저 경영난에 빠지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칼라슈니코프사는 지난해 17억루블(52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해졌다. 이는 한편으로 러시아 군수산업의 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러시아 군수산업은 2012년 군 현대화에 10년 동안 7,500억달러(805조원)를 투입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발표로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소총 제작사인 칼라슈니코프사는 군 현대화의 덕을 보지 못했다. 미사일이나 항공기 제작사보다 규모가 작은 데다 제품 비중도 작아 현대화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칼라슈니코프사는 자동소총의 큰 시장인 인도에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인도는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제작한 AK-47 자동소총 대신 옛소련에서 기술을 넘겨받은 공산국들의 제품을 구입해왔다. 인도 합작사를 통해 올해 5만 정의 소총을 생산할 계획 외에도 잠재성이 높은 다른 나라들과도 합작 생산을 협상 중이다. 칼라슈니코프사 새 최고경영자(CEO) 알렉세이 크리보루츄코는 "생산의 간소화와 공격적인 해외 판촉 활동 등으로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옛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주둔군 창고에 있던 중고 AK-47 자동소총이 아프리카 많은 국가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러시아제가 과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관심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독일 H&K와 이탈리아 베레타 같은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피터 베제만 선임연구원은 "옛소련 시절에는 러시아 무기업체들이 주변국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라며 "지금은 시리아와 베네수엘라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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