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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2월 11일] 네트워크와 스타트업

입력
2014.02.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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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4일 설립된 페이스북이 10년이 되었다. 페이스북 10주년 관련 기사를 읽다보면 우리는 그 경이로운 숫자에 놀라게 된다. 이 네트워크는 약 12억 3,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갖고 있으며 그 중 7억 5,000만 명은 매일 약 17분을 플랫폼에서 보낸다고 하니 지난해에 기록한 79억 달러의 매출액도 그리 놀라워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하버드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웹사이트로 출발한 조그만 신생 스타트업 회사가 어떻게 10년 만에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일까.

창조경제를 통해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꿈꾸는 박근혜 정부에게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이베이 같은 인터넷 기반 회사들은 좋은 본보기임에 틀림없다. 정부 조직까지 바꿔 창조경제를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로 만들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아메리칸 드림이 코리언 드림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년간의 실적만 보면 이러한 시도가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코리언 드림을 실현시킬 창조경제의 실체와 미래의 방향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갇혀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선 가능한 것이 왜 우리에겐 불가능하거나 힘든 것일까. 왜 제조업 강국인 독일도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반 글로벌 기업을 갖지 못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이 제기될 때마다 사람들은 '실리콘 밸리'를 가리킨다. 그렇지만 수많은 나라들이 실리콘 밸리와 같은 첨단기술 연구 단지를 모방해 만들었지만 실패한 이유는 실리콘 밸리의 핵심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실리콘 밸리에는 실제로 밸리가 없는 것처럼 창조 경제의 핵심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이고, 제도이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원동력이 되고 미국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실리콘 밸리 문화는 특히 두 가지 신생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 '네트워크'(Net-work)와 '스타트업'(Start-up).

기원전 2,000년 경 인류문화의 토대가 된 수많은 발명품들이 창조되고 또 기원후 14,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한 번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도시 발전으로 인한 네트워크의 혁명 때문이었다. 도시라는 것은 수만,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네트워크이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수많은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이처럼 낯선 사람과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생겨난다. 도시는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창조의 불꽃이 튀기는 공간이다. 이런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살고, 거리와 건물이 있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도시가 아니다. 포스텍, 카이스트와 같은 일류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고, 대덕밸리와 광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산학연 단지를 아무리 만들어도 이런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결코 새로운 아이디어는 생겨날 수 없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라면,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은 바로 '스타트업' 기업이다. 스타트업 역시 실리콘 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로서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프로젝트성 창업기업을 의미한다. 현재는 아직 이익을 내지 않지만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사업화가 스타트업이다. 이런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되려면 물론 미래에 성공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어도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에인절 투자가 필수적이다.

불꽃같이 번득이는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과 열정, 기술력은 있으나 창업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지원, 단기간 성공의 기대,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가능성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네트워크 문화'가 바로 실리콘 밸리이다.

테크노밸리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특정 대학의 융합기술연구원 같은 시설만 옮겨 놓고 같은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의 폐쇄적 현실을 바라보면, 코리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우리의 고유한 네트워크와 스타트업의 문화가 과연 조성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진다.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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