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두 경제학자가 최근 경제 불평등 문제로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그레고리 맨큐(56) 하버드대 교수와 로버트 솔로(90) 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 두 석학이 벌이는 논쟁의 핵심은 '과연 상위 1%가 사회의 부를 독식하는 게 바람직한가'와 '상위 1%는 누구인가'이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잘 알려진 맨큐 교수는 상위 1%를 위한 변론으로 유명한 대표적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의 경제 보좌관을 지냈다. 자본주의만 옹호한다며 하버드대 학생들이 2011년 그의 강의를 거부한 것은 세계적인 화제였다.
존 F 케네디 정부에서 경제고문을 지낸 솔로 명예교수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가르쳤고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소득 재분배를 중시하는 경제성장이론의 대가로 맨큐 교수와는 철학적으로 정반대 진영에 속해 있다.
논쟁은 맨큐 교수가 경제전문지 '이코노미 퍼스펙티브 저널' 지난해 여름호에 '1% 변호'란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글에서 "상위 1%가 부를 독식하는 것은 경제적 기여자에 대한 응분의 대가"라며 "이 같은 상위 1%가 잘못 이해되고 심지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부자를 비난하는 여론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솔로 교수는 "맨큐 교수의 논리가 전제가 잘못돼 있고, 사실들이 결여돼 있다"며 최근 그 경제전문지 겨울호에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에 맨큐 교수가 다시 솔로 교수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잘못됐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은 뜨거워진 양상이다. 두 교수의 공방은 최근 미 정치권에서 경제 불평등이 화두로 등장한 것과도 맞물려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맨큐 교수는 소득 불평등이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논리를 편다. 그는 "아이팟의 개발자 스티브 잡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 블록버스터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기업가를 생각해보라"며 "사람들이 기업가의 신제품을 구매하길 원하며 이를 통해 기업가는 부유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솔로 교수는 "혁신을 통해 소비자 잉여를 창출하는 기업가가 상위 1%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맨큐 교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금융산업의 과도한 수입과 부의 획득에서 기인한다"며 "사회적으로 금융산업의 혁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솔로 교수는 특히 "맨큐 교수가 불평등의 부작용을 무시한다"며 2010년 대법원 판결로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무한정 제공할 길이 열린 이후 부자들의 정치적 파워가 증가한 사실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맨큐 교수는 "부자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며 "보수진영에 석유재벌 코크 형제, 진보진영에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있듯이 정치권의 양대 진영에 억만장자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아가 "좌편향 대통령이 부자 세금을 올리려 한다"며 최근 경제불평등을 정치 이슈화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와 관련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맨큐 교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상위 1%는 스티브 잡스 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에 더 가깝다"며 솔로 교수의 편을 들었다. 다이먼은 월가의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주 거론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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