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후(19ㆍ자폐성 1급)군이 어머니가 쥐어 준 첼로 활을 놓지 않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했다. 아들 뒤에 앉은 어머니 유모(51)씨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아들의 손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정군은 몇 번의 실수에도 차분하게 박자를 찾아 들어가며 무난히 곡을 소화했다.
10일 낮 서울 강남구 수서동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서 열린 오디션의 한 장면. 이날 오디션은 아주 특별했다. 발달장애청소년 5명이 재단의 첼로앙상블 ‘날개’단원을 뽑는 자리에 모여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첼로앙상블 ‘날개’는 발달장애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한 소통을 일깨우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취지로 2012년 11월부터 총 28명의 단원들로 출발했다.
참가자들은 오디션 30분 전부터 첼로 음을 가다듬으며 막바지 연습에 몰입했다. 불협화음을 내도 동요하지 않았다. 표정들은 모두 진지했다. 정군은 연주 뒤 심사위원 3명 앞에서 본 면접에서 “(단원이 되면) 매일 (연주) 할 수 있습니다”라며 당차게 다짐했다.
정윤석(18ㆍ자폐성 3급)군은 구슬땀을 흘린 노력을 증명하듯 악보 없이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주했다. 단원이 되고 싶은 의지를 비치려 갑자기 리코더 연주도 이어가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첼로에 입문한 지 1년 밖에 안 된 정군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한번 들은 곡은 그대로 연주할 만큼 재능이 뛰어나다. 첼로 경력 2년으로 참가자 중 가장 연주 경험이 많은 차지우(18ㆍ지적장애 3급)군은 ‘알레그로 모데라토’를 매끄럽게 선보였다. 차군의 어머니 국모(45)씨는 “아이가 첼리스트의 꿈을 이루도록 돕고 싶은데 월 100만 원 하는 레슨비가 부담됐다”며 “이곳 단원이 돼 훌륭한 선생님들께 배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재단은 선발된 단원들에게 개인레슨 주 1회, 앙상블 레슨 주 2회, 오케스트라 레슨 월 1회를 비롯해 음악캠프 및 음악이론 교육과 연주회 참가 기회 등을 준다. 합격자는 11일 오후 4시에 발표된다. 재단 관계자는 “첼로의 중저음은 실제 발달장애청년들의 심신을 편안하게 해 치료효과도 크다”며 “오디션을 통해 전문 첼로연주자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수(덕성여대 정치외교 3)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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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3급인 김기정양이 첼로앙상블 ‘날개’ 단원 모집 오디션에서 ‘유다스 마카베우스’를 연주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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