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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위험지역 '묻지마 살처분'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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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위험지역 '묻지마 살처분' 반발 확산

입력
2014.02.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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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 지자체, 축산 농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매뉴얼에 따른 무조건적 살처분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10일 충북도와 도내 시군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현행 가축전염예방법과 AI방역 실시요령에 따라 AI가 발생한 농가로부터 반경 3km안(위험지역)에 있는 가금류는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와 축산 농민들은 이런 방식의 살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계곡, 하천 등 지형·물리적인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3㎞반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괄 살처분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실례로 충북 진천군이 9일부터 살처분에 들어간 이월면 산란계 농장의 경우 AI발생 농가와 거리로 3㎞ 끝자락에 위치한데다 폭 60여m의 하천까지 가로지르고 있어 AI 전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때문에 진천군은 AI발생 초기에 이곳을 위험지역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반경 3km안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국내 1호 동물 복지농장으로 인증받은 음성군 대소면의 산란계 농장도 위험지역에 포함되는 바람에 살처분 대상에 들어갔다. 이곳은 위험지역에는 들어가지만 산과 하천, 도로 등으로 AI발생농가와 완전 차단돼있고 주변에 거점방역초소까지 운영되고 있어 예방적 살처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농장 홍기훈(54)대표는 "발생농가와 완전히 동떨어져있고 키우는 닭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매장하라는 것은 지역특성을 무시한 중앙부처의 공권력 남용이나 다름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AI가 발생하면 책상 위에 지도를 펴놓고 컴퍼스로 반경 3㎞를 그린 뒤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무조건적 살처분에 대한 지자체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유영훈 진천군수는 위험지역 내 닭에 대한 살처분 명령을 내리지 않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동안 갈등을 빚기도 했다. 유 군수는 "아무런 이상 증세가 없는 닭을 무조건적으로 매립하는 데 대해 방역당국에서도 더 깊은 고민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음성군 역시 동물 복지농장을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건의하는 등 예방적 살처분을 둘러싼 이의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천군 지부 등 진천지역 20여개 단체는 'AI 발생지역 특별재난 지역 선포 및 살처분 중단 촉구 범 군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오리와 닭이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가 없고, 진천에서는 단 1마리의 닭도 이상 징후가 없는데 닭 50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경 3㎞의 모든 닭과 오리를 '묻지마식'으로 살처분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등지에서는 AI발생 농가나 500m이내 지역에서 선택적 살처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우리나라는 3km지역내의 건강하고 멀쩡한 동물들까지 싹쓸이로 죽이는 묻지마식 살처분만 하고 있다"며 "예방적 살처분은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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