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전쟁 때 북한으로 끌려가 실종된 부모가 남한에 남긴 재산도 상속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상속권 행사기간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첫 판결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서용효 판사는 6ㆍ25 당시 의용병으로 참전했다가 북한에 끌려간 이모씨의 탈북자 딸(45)이 "아버지 몫의 유산을 돌려달라"며 친척들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회복소송에서 1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민법상 상속권이 없어진 지 10년이 지나면 상속회복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2012년 5월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은 북한 주민의 상속회복 청구권도 인정하고 있으나 그 시효를 규정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이번 판결은 분단 상황을 고려, 북한 주민에게는 10년 시효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1950년 6ㆍ25가 발발하면서 중학생으로 참전했다가 실종돼 1977년 법원으로부터 실종선고를 받았다. 민법상 실종선고는 사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1961년 이씨의 부친이 이씨에게 남긴 충남 연기군 선산 5만㎡는 다음해 이씨의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상속됐다.
유산 상속까지 끝났지만 이씨는 북한에 살아 있었다. 이 사실은 2004년 5월 이씨의 남동생과 사촌동생이 중국 옌지(延吉)에서 브로커를 통해 이씨를 만나면서 확인됐다. 그러나 이씨는 가족을 만난 혐의로 북한 당국의 고문을 받아 2006년 12월 사망했고 북한에서 나고 자란 이씨의 딸은 다음해 탈북해 2009년 11월 한국에 들어왔다.
딸 이씨는 2011년 10월 "할아버지가 재산을 물려줄 때 아버지가 살아있었으니 실종선고는 무효이고 본인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친척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은 이씨의 실종선고 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용효 판사는 "북한 주민의 상속권이 침해된 지 10년이 지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한 상속인의 상속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만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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