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를 싹쓸이한 네덜란드 대표팀 요리트 베르그스마(동메달), 스벤 크라머(금메달), 얀 블록휴이센(은메달ㆍ왼쪽부터)이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레이스를 마친 뒤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소치=AP=연합뉴스한국 빙속 대표팀에 '오렌지 군단' 경계령이 떨어졌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빙속 강국 네덜란드의 선전이 눈에 띈다. 네덜란드는 8일(한국시간) 밤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금ㆍ은ㆍ동메달을 싹쓸이 했다. 이 종목에 출전한 이승훈(26ㆍ대한항공)이 "철옹성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다. 한국은 남은 종목에서도 네덜란드 선수단과 치열하게 경쟁할 예정이다. 오렌지 군단을 넘어야만 3회 연속 톱10 진입도 가능하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빙속 강국이다. 이날 추가한 메달 3개를 포함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89개(금 30ㆍ은 32ㆍ동 27개)의 메달 중 85개(금 28ㆍ은 30ㆍ동 27)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얻었다. 무려 95.5%에 이르는 점유율이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신체조건이 우수하다. 큰 키와 긴 다리, 동양인에 비해 팔도 몇 ㎝가 길다. 제갈성렬 전 대표팀 감독은 "동양 선수가 두 세 번 스트로크 해서 갈 거리를 네덜란드 선수들은 한 번의 스트로크로 간다. 확실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프라도 좋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네덜란드에서 축구에 이어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이번 남자 5,000m에서 우승한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는 국가적인 영웅 대접을 받는다. 미국 USA투데이는 "네덜란드의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을 만들었다. 특히 겨울만 되면 스피드스케이팅에 쏟는 관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국제빙상연맹(ISU)에 등록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도 가장 많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 지금까지 모두 64명이다. 러시아 캐나다(이상 44명)가 공동 2위, 미국(32명)이 3위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38명) 한국(29명) 중국(27명) 순이다.
네덜란드는 이번 올림픽 남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전 종목 최대 출전 선수를 내보냈다. ISU는 앞서 월드컵대회 성적에 따라 각 국가에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했다. 남녀 500mㆍ1,000mㆍ1,500m는 국가별로 최대 4장, 여자 3,000mㆍ남녀 5,000mㆍ남자 1만m는 국가별로 최대 3장의 출전권이 주어졌다. 월드컵에서 잇달아 호성적을 거둔 네덜란드의 출전권은 남녀 총 36장이다. 모든 종목에서 한 국가가 출전할 수 있는 최다 인원이 출발선에 서는 셈이다.
한국은 여자 500m의 이상화(25ㆍ서울시청), 남자 500mㆍ1,000m의 모태범(25ㆍ대한항공)이 네덜란드 선수와 맞붙어야 한다. 5,000m에서 체면을 구긴 이승훈 역시 크라머 등 네덜란드 장거리 삼총사와 재격돌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은 오렌지군단을 넘어야만 목표 달성이 수월해진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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