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1, 2대 주주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최대주주인 현대그룹(지분율 40.1%)과 2대 주주이자 다국적 승강기업체인 독일 쉰들러 홀딩AG(이하 쉰들러, 30.9%)가 유상증자 실시여부 등을 소송 등으로 정면충돌한 데 이어, 이젠 진실공방을 포함해 공개적 비난까지 주고받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9일 입장자료를 내고 쉰들러에 대해 "10여 년에 걸친 인수합병(M&A) 시도가 실패하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난 7일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이 전 세계 언론매체 등을 상대로 연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엘리베이터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며 현대그룹의 경영실패를 비판한 데 따른 반격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손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과 궤변, 거짓으로 점철된 쇼"라면서 쉰들러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쉰들러측이 '2004년과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인수 땐 양사간 맺은 의향서(LOI)에 따라 승강기사업이 분할될 것으로 믿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현대 측은 "LOI는 말 그대로 의향서일 뿐이며 이마저도 2005년 양자 합의로 명백히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쉰들러측의 순환출자구조 개선요구에 대해선 "해운업 호황으로 현대상선에서 지분법 이익이 발생할 땐 침묵하더니 해운경기 악화로 손실이 생기자 문제 삼고 이제 와서 경영진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고 맞받아쳤다.
쉰들러 회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지분 전량 처분 후 한국시장 철수 ▦손실처리 후 5년 가량 기다리는 것 ▦채권은행 또는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명령을 기다리는 것 등 3가지 안을 검토 중이라며 "소액주주 피해가 우려돼 현재로선 지분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밝힌 상태. 이에 대해 현대 측은 "유상증자 불참, 지분 전량매각 등을 운운해 주가하락을 주도해 놓고 소액주주 수호자를 자처하는 건 '악어의 눈물'을 연상시킨다"며 "결국 구조조정 후 M&A를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실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현대증권이 쉰들러의 3배나 되는 신주인수권을 매각했다'는 쉰들러 회장 발언에 대해 현대 측은 "현대증권 창구를 통해 일반인이 매도한 걸 마치 현대증권이 매도한 것처럼 호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정은 회장한테 수백통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이 없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지금까지 받은 수 건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 왔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도를 넘어선 쉰들러의 공격과 사실왜곡에 대한 대응방안을 엄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