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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아현고가" 시민들 추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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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아현고가" 시민들 추억 만들기

입력
2014.02.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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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충정로 종근당 건물 앞 아현 고가도로 위. 평소 자동차만 지나던 삭막한 회색 고가도로가 공중에 떠있는 대형 놀이터로 변신했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가족 단위 시민 1,000여명이 찾아와 신명 나는 사물놀이패의 음악을 배경 삼아 투호와 팽이치기, 널뛰기 등 전통놀이에 푹 빠졌다. 도로를 도화지 삼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추억을 만드는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1968년 준공돼 45년간 서울시민과 함께 해온 아현 고가도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하루 전의 풍경이다.

지하철 충정로역 입구부터 아현 웨딩타운까지 약 940m 길이로 신촌과 충정로를 연결하는 아현 고가도로는 서울시 최초로 건설된 고가도로다. 최근 시설 노후화로 철거가 결정되자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도로의 의미를 기념해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도로를 개방하고 대형 놀이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이날 하루만큼은 왕복 4차선 차도가 아닌 3층 높이, 폭 15미터짜리 이색 놀이터였다.

이날 5살 아들과 함께 고가도로를 찾은 김지수(34)씨는 "45년 만에 아현 고가도로가 헐린다는 소식을 듣고 도로를 걸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찾아왔다"면서 "차로 다니던 도로를 두 발로 걸으며 도시를 내려다본 기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2시부터 김덕수 사물놀이패 길놀이와 70여 개 희망깃발 행렬을 따라 아현고가 위를 함께 걸으며 반세기의 추억을 되새겼다. 20년 넘게 아현동에 거주한 김진혁(51)씨는 "50여년 동네를 내려다보며 주민과 함께 했던 아현 고가도로는 그 자체로 주민들의 삶이자 추억"이라며 "도로가 헐리면 동네 모습도 많이 바뀐다고 하는데 기대가 되면서도 섭섭하다"고 말했다.

도로 한 구석에는 아현고가 역사를 담은 사진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의 필름을 인화한 흑백사진 25장에는 아현 고가도로 개통 첫 모습과 그 일대의 변천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 역사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당시 사진 수 천장 중 추려낸 사진 들이었다.

김재희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주무관은 "아현 고가도로가 철거되면 다리 때문에 음침하고 어두웠던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인근 점포들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현 고가도로 철거는 9일 오전 7시 시작돼 3월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가 자리에는 중앙 버스 전용차로가 개통된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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