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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 시대, 정작 여성 고위직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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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 시대, 정작 여성 고위직이 안 보인다

입력
2014.02.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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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았으나, 현 정부 고위 정무직에서는 여성이 갈수록 씨가 마르고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여성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긴 하지만 고위직 여성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략적으로 고위직 여성 인재를 키우는 인사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로 현정부 여성 장관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만 남게 됐다. 차관급 중에서도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나선화 문화재청장 등 3명 밖에 없어 전체 장ㆍ차관급 72명 중 여성은 고작 4명(5.5%)에 불과하다.

청와대 고위직에서도 여성 인력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비서관급 이상 53명 중 여성은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 류정아 관광진흥비서관, 장옥주 보건복지비서관 등 3명(5.6%) 뿐이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그나마 여성 비서관이 6명이었으나, 이혜진 전 법무비서관과 김행 전 대변인이 교체됐고 여성가족비서관은 현재 공석 상태다. 정무직에 해당하는 수석 비서관은 한 명도 없다. 현 정부가 정부 4급 이상 여성 관리자 확대 등 여성 대표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게 무색하다.

이는 서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조된다. OECD의 '2013 한눈에 보는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는 여성 장관 비율이 50%를 넘고,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등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도 30%를 상회한다. 우리나라의 여성 장관은 OECD 평균인 24.9%보다도 크게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물론 정부 고위 정무직에 여성 기용이 극도로 낮은 것은 남성 위주 정치 및 관료 문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 역대 정부에서도 장차관급 고위 여성은 한 자리 수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 4명의 여성 장관(강금실 법무, 한명숙 환경, 김화중 복지, 지은희 여성 장관)을 기용한 게 눈에 띄는 정도다. 강금실 전 장관의 경우처럼 여성 장관은 남성 위주 관료 사회의 벽에 부딪히기 십상이어서 대부분은 여성부 환경부 등 특정 부처에 한정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여성 인력에 대한 토대가 부족한 게 현실 아니냐"며 "전문성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인사 성향에 맞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여성이 고위직에서 살아남는 게 어렵다"며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만약 남성이었다면 그렇게 심하게 몰매를 맞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선 여성 인재를 전략적으로라도 배치할 필요가 있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그런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워 '여성 대통령 시대'가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주변에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여성이 없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수행부터 시작해서 대통령 주변에 여성이 안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추천 받는 인재 풀에 여성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주변에 포진된 이른바 '올드 보이' 위주의 인의 장막으로 인해 대통령의 시야가 더 좁아진 것이란 얘기다.

박 대통령이 여성 후계자를 키울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경우 자신과 정책 노선을 두고 충돌을 빚기도 했던 여성 정치인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 장관으로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벌써부터 메르켈 총리의 뒤를 잇는 여성 후계자로 주목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여성 기용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좁은 인재 풀을 방증하는 측면이 있다"며 "'탕평' 차원에서라도 폭넓은 추천을 받아 여성 인력을 과감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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