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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원짜리 약을 "5원에 납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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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원짜리 약을 "5원에 납품하라"

입력
2014.02.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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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부활된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우려대로 대형병원들의 약값 후려치기가 본격화되면서 제약사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병원이 제약사로부터 정부가 정한 상한선보다 약을 싸게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다. 약값을 낮춰 건강보험재정을 보충하고 음성적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한 조치로, 2010년 10월 도입됐다가 중단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대형병원들은 제약사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납품가격 인하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 원광대병원은 1일부터 상한가격이 한 알당 592원(보험가)인 고혈압치료제를 단돈 5원에 납품 받고 있다. 아울러 차액 인센티브조로 한 알당 411원의 현금까지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병원은 1,000원 넘는 약을 5원에 사고 여기에 700원 이상 인센티브까지 받는다. 많이 깎을수록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병원들은 1원 납품까지 종용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제도가 어디 있나"라고 항변했다.

이 병원은 실거래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중순부터 제약사들에 약가 인하를 통보했고, 이를 따르지 않은 제약사 제품은 다른 회사 제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병원에 대해 제약사들은 '을(乙)'일 수 밖에 없어, 단돈 1원에라도 납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국대병원은 지난달 한 제약사에 '실거래가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의약품 견적가를 다시 뽑아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사실상 가격을 낮추라는 통보였다. 이 외에도 한양대, 경희대 등 상당수 병원들이 가격인하에 나섰는데, 병원-제약사간 납품계약의 70%가 2~4월에 몰려 있어 제약업계에선 '잔인한 봄'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는 법적 대응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지위남용행위 금지'에 해당한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제약협회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2010년 첫 시행 때 부작용이 확인된 제도를 정부가 왜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형병원의 횡포가 심해진다면 그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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