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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세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낯선 이들의 단칸방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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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세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낯선 이들의 단칸방 동거

입력
2014.02.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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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룸메이트)를 들인 건 제 인생 최대의 실수예요. 돈 몇 푼 아끼려다 생활 리듬이 다 깨졌다니까요."

자취생활 8년째인 직장인 박모(29ㆍ서울 동작구)씨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카페에서 룸메이트를 구했다. 회사 근처의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원룸(23㎡ㆍ7평형)에 1년간 혼자 살던 그에게 월세는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하지만 '잠만 같이 자는데 큰 불편은 없겠지'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그는 "룸메의 심한 코골이 탓에 밤마다 몇 번씩 잠을 깬다"면서 "공과금 포함 매달 30만원 정도 아낀다고 생각하며 꾹 참는다"고 푸념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방을 나눠 쓰는 '룸메족'이 늘고 있다. 매달 50만~70만원씩 나가는 집세와 각종 공과금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특단의 대책'이다. 몇 년 전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집에서 방은 따로, 거실 화장실 등은 함께 쓰는 하우스셰어(House share)가 보편화됐지만 이마저도 일반 원룸에 사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비용이 늘어나자 좁은 방 안에서 낯선 사람과 얼굴 맞대고 잠 드는 불편까지 감수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 부동산 직거래 온라인 카페에는 '룸메 구함'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 많게는 수백 건씩 올라온다. 글에는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퇴근해 잠만 잘 분' '담배 안 피고 성격 조용한 분' '짐 많이 없으신 분' 등 원하는 룸메의 조건이 나열돼 있다.

직장인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친분이 없는 낯선 사람과의 '한 방 동거'에 고충이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서대문구의 월 60만원짜리 원룸(19㎡)에 룸메로 들어간 직장인 김모(26ㆍ여)씨는 "방 주인과 계약 당시 서로 신분증과 재직증명서를 확인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노트북, 귀금속 등 값 나가는 물건은 방에 두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학원생 강모(31)씨도 "일찍 들어가면 룸메가 불편해 할까 봐 일부러 잘 시간에 맞춰 들어가고 눈치가 보여 전화 통화도 잘 못한다"면서 "돈 없고 집 없는 게 죄"라고 말했다.

청년 주거권 보장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발표한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전국 20~34세 청년의 10% 정도(93만여명)가 국토해양부가 정한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14㎡ㆍ4.2평)에도 못 미치는 비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 서울 지역의 비중은 14.8%(34만여명)로 더 높다. 반면 2012년 말 기준 수도권 내 원룸 공실률(건물이 비어있는 비율)은 50%에 달한다. 청년들이 취약한 주거환경을 감수하는 있는 것은 집 자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높은 주거비용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 단체 권지웅 대표는 "대학생들과 달리 소득이 있는 직장인들마저 자기만의 공간을 갖지 못한다는 건 소득 대비 주거비용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근본적으로 전월세가 내려야 청년층 주거 빈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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