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잠시 잊고 있었다.”
암 투병 중인 노진규(22ㆍ한국체대)의 누나 노선영(25ㆍ강원도청)의 말이다. 노선영은 9일(한국시간) 오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3,000m에서 4분19초02의 기록으로 2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결승선을 통과한 노선영의 머리속엔 순위와 기록보다는 동생이 먼저 떠올랐다.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로 선발돼 함께 소치행 태극마크를 달았던 동생이 수술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대표팀 계주 멤버였던 노진규는 지난해 9월 몸에 양성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혹 정도로 생각했던 종양은 지난달 초 악성으로 판정 받았고 노진규는 소치올림픽 출전 꿈을 버려야 했다.
동생의 암투병을 잠시 잊고 소치행 비행기 올랐던 노선영은 출국직전 “동생 몫까지 뛰겠다”며 굳은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노선영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치에 도착한 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동생의 응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동생이 선물대신 메달을 따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저조한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친 노선영은 “많이 아쉽다.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도중 감기에 걸렸었다. 컨디션 조절을 잘못한 내 잘못”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이르다. 노선영은 1,500m와 팀추월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노선영은 “지금은 동생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아진다”라며 “경기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팀추월은 메달 가능성이 있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작전이나 타는 순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함께 레이스를 지친 김보름(21ㆍ한국체대)은 4분12초08의 기록으로 13위에 올랐다.
김보름의 13위는 한국 선수가 여자 3,000m에서 올린 가장 높은 순위다. 종전까지는 2006 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노선영이 기록한 19위가 최고 순위였다. 김보름은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다 2011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보름은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는 등 한국 여자 장거리를 이끌 선수로 잠재력을 뽐냈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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