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를 두고 미국 검찰과 지난 4년간 법적 투쟁을 벌여왔던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김(한국명 김진우)이 7일(현지시간)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과 '플리 바겐'(감형 조건 유죄 합의)을 통해 그의 형량을 13개월로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스티븐 김에 대한 무리한 기소로 여론의 비난을 받던 검찰과 장기간의 법적 싸움에서 탈피해 새 삶을 살고자 하는 스티븐 김의 바람이 일치한 결과다.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김은 이날 미국 워싱턴 소재 연방지방법원에서 콜린 콜러-코텔리 판사 주재로 열린 심리에 출석해 검찰이 지난 2010년 8월 기소한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콜러-코텔리 판사는 "검찰과 피고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면서 스티븐 김이 13개월의 징역형에 1년간 보호관찰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김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티븐 김은 당시 미국 최대의 국립 핵연구기관인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 소속으로 국무부 검증ㆍ준수ㆍ이행 담당 차관보 선임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해 5월 스티븐 김은 폭스뉴스의 로젠 기자와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에 관해 이메일과 전화 통화로 관련 내용을 주고 받았다.
문제는 로젠 기지가 한달 후인 6월 11일 "북한이 유엔 결의안에 대응해 추가 핵미사일 실험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내 정보원을 통해 파악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미국 검찰이 해당 정보가 1급 기밀 사안(TS/SCI)이라며 스티븐 김 박사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1917년에 미국에서 제정된 간첩법은 이 같은 경우 최고 15년 징역의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스티븐 김에 대한 미 검찰의 간첩죄 적용은 무리수라는 비판이 많았다. 스티븐 김이 로젠 기자의 취재에 응한 것은 국무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할 것이라는 사실도 당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맞서 북한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에 기밀에 해당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김은 취재에 응한 대가로 로젠 기자로부터 어떠한 금품도 받은 것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미 연방정부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 한 스티븐 김의 기나 긴 법정 싸움은 그를 점점 피폐하게 만들어갔다. 지난 4년 간 소송 비용만 100만 달러(약 10억7,000만원)에 달하면서 한국의 부모가 집을 처분하는 등 생계가 어려워졌고, 법원의 이동제한 명령으로 집에서 25마일(약 40㎞)를 벗어나지 못하는 감옥 같은 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미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스티븐 김에 대한 구명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여론의 압박에 시달리던 검찰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법정 싸움에 지친 스티븐 김 측이 각각 형량 축소와 유죄 인정이라는 카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이번 사건을 조기에 일단락 하기로 합의하게 된 것이다.
스티븐 김의 누나인 유리 루텐버거 김씨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그의 경력과 평판, 명예가 파괴되고 더럽혀졌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긴 법정싸움으로 스티븐 김이 몸과 마음을 소진하느니 그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제 2의 삶을 이어가는 것을 선택했다"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스티븐 김에 대한 형량 선고 등 공식 재판은 오는 4월 28일에 이뤄진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