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다양한 인종,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며 조화를 이뤄 하나의 공통 문화를 형성해 가는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오케스트라로 6,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한 번째 내한 연주회를 가진 뉴욕 필하모닉은 다채로운 도시 문화를 꼭 닮은 풍부한 색채감의 활력 넘치는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2009년부터 악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지휘자 앨런 길버트(47)의 신선한 곡 해석과 온화한 리더십이 돋보이는 연주회였다.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등 18, 19세기 대가들의 음악과, 조지 거슈윈과 레너드 번스타인 등 20세기 미국 작곡가의 곡까지 레퍼토리를 폭넓게 구성한 이번 내한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은 미국적 색채가 강했던 7일 연주회였다. 6일 공연 직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음악감독 앨런 길버트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범주로 선을 그어 악단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며 "뉴욕 필은 드뷔시, 라벨,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 어떤 음악이 주어지든 그 곡을 소화하며 나를 감동시키는 오케스트라"라고 강조했지만 객석을 달뜨게 한 것은 역시 미국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로 구성된 7일 무대였다.
이날 뉴욕 필 상주 작곡가인 크리스토퍼 라우즈의 '랩처' 국내 초연으로 신선하게 무대를 연 악단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일본의 재즈 피아니스트 오조네 마코토와 협연했다. 오조네의 현란한 즉흥 연주가 더해져 '지루한 클래식'의 편견을 깨는, 발랄하지만 가볍지 않은 무대가 완성됐다. 클래식의 바탕 위에 라틴 음악과 재즈의 요소를 덧입힌 레너드 번스타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교향적 무곡'은 호기로운 금관의 활약이 매력적이었다.
유수의 유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과 비교해 일사불란한 앙상블보다는 개별 연주자의 개성이 두드러졌던 6일 연주회에 대한 음악 팬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쾌한 템포로 연주를 이끈 길버트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해석이 참신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솔로 연주 대목에서 나타난 단원들의 뛰어난 개인기에 합주력이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특유의 감성 넘치는 연주를 선보였지만 2,000석이 넘는 대형 연주홀을 장악하는 힘은 부족해 보였다.
8일 일본으로 출국한 뉴욕 필은 나고야, 오사카, 도쿄, 요코하마와 대만 타이베이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를 계속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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