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台州)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동중국해 해역에서 조업하던 중국배 저링위(浙嶺漁) 90058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동중국해와 일본 해역이 겹치는 곳이어서 중국도 일본측에 먼저 구조요청을 했다.
하지만 곧 이를 취소하고 중국 군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오후 4시 30분 동중국해에서 순찰 중 구조신호를 받은 호위함 저우산(舟山)함이 사고 해역으로 달려갔다. 3시간 동안 항해 끝에 이날 오후 7시 10분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8시간도 더 지난 뒤였다. 저우산함은 중화상을 당한 어민을 옮겨 실은 뒤 저장성 저우산항으로 복귀해 동해함대 413병원으로 환자들을 이송했다. 안타깝게도 선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 사고와 관련해 중국측이 구조 요청을 취소한 과정을 상세하게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쪽에서 볼 때 사고 해역은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奄美)섬 북서쪽 280㎞ 지점. 일본 해상보안청은 중국측 구조 요청을 받고 3척의 순시선을 사고현장으로 급파했다. 하지만 이들 구조대가 현장으로 가는 도중 중국 측이 "중상자들은 부근 중국 어선의 구조를 받게 될 것"이라며 구조 요청을 취소했다. 일본 언론들은 사고 해역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해안선에서 370㎞ 이내 경제주권수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구조 요청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뒤늦게 부근에 군함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거나 현장이 일본측 EEZ로 확인될 경우 문제가 될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중국군의 즉각 출동 태세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악화한 중일관계 때문에 '신세 지지 않겠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한다. 한 중국 네티즌은 일본 보도를 거론하며 "만약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나쁜 감정을 제쳐두고 생명을 구조해야 했다"고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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