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스'가 12월 한국에서 공연한다. 비영어권에서 공연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어 버전 공연의 주인공을 찾기 위한 작업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7일 오후 찾아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는 최종 오디션을 위한 열기가 가득했다. 특이한 점은 배우가 아닌 밴드 오디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악기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1차 오디션 지원자 500여명 중 예선을 통과한 50여명의 배우를 마지막 평가하는 자리지만 후보자들은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전자 기타, 만돌린, 드럼 등을 연주하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후보자들을 엄중하게 지켜봐야 할 심사위원들도 악기를 함께 연주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나누고 있어 작은 공연장을 연상시켰다. '원스'의 오리지널 연출자인 존 티파니는 몇 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판타스틱'을 연발했다.
아이리시 기타리스트와 체코 이민자가 만나 사랑과 음악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저예산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원스'는 초연 이듬해인 2012년 꿈의 무대인 브로드웨이로 직행해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출연자들은 연기와 노래는 물론 뛰어난 연주 실력까지 보여주었다. 따라서 한국 공연 출연진 역시 그 정도의 솜씨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들은 무대 중간 관객이 함께하는 즉흥연주를 해내야 할 정도로 라이브 실력 또한 뛰어나야 한다. '폴링 슬로리' '이프 유 원트 미' 등 글렌 핸서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아름다운 선율을 기억하는 국내 관객을 만족시키려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감당이 안 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오디션의 무게가 가볍지 않지만 연출자 티파니의 얼굴에서는 유쾌함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바루스카 역을 지원한 강수정씨는 붉은 의상에 맞춰 붉은 아코디언을 들고 심사위원들 앞에 섰다. 대사를 잠시 잊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연기를 이어가자 티파니 등 심사위원들이 박수를 보낸다. 긴 수염과 틀어 올린 머리를 한 이정수씨는 심사위원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여유롭게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거구의 몸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빌리를 연기한 그에게 음악감독 마틴 로가 "다른 노래를 들려달라"고 주문하자 이씨는 능청스럽게 이문세의 '옛사랑'을 불렀다. 안드레 역을 지원한 정욱진씨는 심사위원들의 요청에 피아노와 베이스, 만돌린 등을 연주했고 이몬을 연기한 정선국씨는 "한국 노래를 들려달라"는 요구에 자작곡을 불러 "노래를 우리에게 팔아라"는 칭찬을 받았다.
오디션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티파니는 '원스'의 첫 비영어권 공연이 한국에서 이뤄진 것을 두고 "한국이 '원스'를 가장 먼저 원했고 우리는 선택을 받은 것"이라며 "한국 관객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 갈 기회가 생기면 머뭇거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왔다"고 말했다. 오디션 참가 배우들에 대해서는 "안무와 연주,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배우를 찾는 작업이어서 어려울 것으로 보았는데 지원자들을 직접 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인공이 뉴욕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은 이국적 정서를 많이 담고 있어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며 "하지만 오디션 참가 배우의 연기에 심사위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원스'의 정서가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이동하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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