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는 강하지만, 정작 '국산화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완성장비의 국산화율은 2008년 65.5%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57.8%, 2011년 61.7%, 2012년 60.4%로 떨어져 60% 선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군 전력의 핵심인 함정과 전투기는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2012년 기준으로 각각 58%와 53%에 머물고 있다.
국산화 수치의 맹점
국산화율은 총 생산원가 대비 수입부품 가격을 제외한 국내 생산비 비율을 뜻한다.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이 워낙 많다 보니, 부품 숫자나 부품 중요도를 감안하기보다는 단순 가격의 총합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다. 국내 생산비에 인건비와 조립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높아지면 수입 부품 의존도가 낮아지지 않더라도 국산화율이 높아지게 된다. 해당 업체들도 이런 맹점을 이용해 실리를 챙기고 있다. 정부는 국산화율이 70%를 넘으면 해당 업체에 5년간 독점공급 권한을 보장하는 특혜를 주고 있는데, 장부상 비율을 맞춘 뒤에는 애써 국산 부품을 개발하기보다는 품질 좋고 가격도 싼 외국 부품을 사용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부품 국산화 홀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핵심부품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잦다. 부품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기 보다는 완성 장비를 국산화하는데 치중하고, 기술 개발은 단종 우려가 있는 부품의 수입 대체에 머물고 있다. 최근 5년간 국산화 개발대상 품목으로 선정한 5,423건 중 핵심부품에 해당하는 수출허가(E/L) 품목 국산화 성공 건수는 137건으로 2.5%에 불과한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무기를 값싸게 만들려는 경향과 기술자립 사이의 상충관계도 국산화 장애 요인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핵심부품 개발을 장려한다지만 과제당 지원규모는 3억~4억원 정도"라며 "반면 개발에 따른 모든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업체는 수입 부품을 이용해 싸고 안정적으로 납품하려는 경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산수출은 늘지만
물론 무기 부품을 100% 국산화할 수는 없다.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주요 전자부품 93개 중 92개가 일본산이다. 미국 역시 핵심부품 위주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방국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원가도 낮추려 하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방산업체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도 무기 국산화율을 무조건 높이는 게 현명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방산수출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3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2년 24억 달러 대비 10억 달러가 증가한 수치다. 이라크에 11억 달러 규모의 T-50 항공기를 수출한 대형계약 덕분이다. 하지만 부품 교역에서는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매년 수억 달러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2년부터 ▦범정부적 협업체계 강화 ▦방산부품 중소기업 역량 강화 ▦핵심부품 국산화 지원 확대 등 3대 목표를 설정, 5년 단위로 '방산부품 국산화 종합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개발을 추진, 2017년까지 국산화율을 65%로 높일 것"이라고 했지만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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