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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제휴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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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제휴의 두 얼굴

입력
2014.02.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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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가 닥치거나, 확보하기 힘든 자원이 필요할 때 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눈을 돌린다. 그리곤 문제 해결 능력을 공유하기 위해 협력(제휴) 계약을 하거나 필요한 자원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한다. 특히 협력(Alliance)은 기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가장 흔히 모색하는 전략이다. 협력은 많은 재원이 필요한 M&A보다 실행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국내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이 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연구팀은 미국의 기업 관련 데이터베이스에서 미국에 자회사 또는 지사를 두고 있으면서 다른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는 글로벌기업 1,036곳을 추렸다.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의미로 교환하는 양해각서(MOU) 단계의 협력은 제외하고 정식 계약을 체결해 실제로 그 내용을 수행한 협력만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이들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다른 기업과 협력 계약을 몇 번이나 했는지,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력 계약을 했는지 등을 포함한 협력 정도와 내부 연구개발(R&D)로 생산해낸 자체 특허 건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결과는 마이너스(-) 수치가 나왔다. 협력 경험이 많은 기업일수록 자체 특허 생산 능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개 다른 기업과의 협업이 R&D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핵심은 특허를 생산해낸 주체다. 협력 경험이 많은 기업은 다른 회사와 함께 만든 특허는 많을지 몰라도 스스로 만든 특허는 적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에 참여한 박군호 박사(현 삼성SDS 기술전략팀 책임컨설턴트)는 "협력 관계를 자주 맺는 기업은 협력 업무에 리소스(기업이 가진 모든 자원)를 집중 투입하느라 그 외 업무에는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예측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R&D 분야에서 자체 특허 생산 능력 저하는 내부 혁신 역량 감소와 직결된다. 대부분의 특허는 이미 출시된 제품이나 기존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창의적, 혁신적 시도를 통해 얻어진다. 결국 반복적으로 협력 전략에 매달리면 내부의 혁신 역량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협력 경험이 있는 기업이 문제가 생길 때 유독 비슷한 협력 전략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로 연구팀은 경영진의 '전략 중독' 현상을 들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와 에인트호벤 공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기업이 제휴나 M&A 전략을 선택할 때 이미 수행했던 전략을 다시 채택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략 중독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 기업으로 연구팀은 모토로라를 들었다. 1990년대까지 이동통신 업계의 대표적인 혁신 모델로 꼽혔던 모토로라가 급격히 추락한 원인 중 하나가 협력이나 M&A 전략에 과도하게 집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모토로라는 대만과 한국 등의 많은 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늘어나는 관리 비용과 떨어지는 R&D 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휴대폰,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다.

전략 중독에 빠진 경영진은 대개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다. 선택한 전략이 적합하다는 걸 확증해줄 근거만 찾으려 하고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반대 근거는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박 박사는 "규모가 작은 기업은 전략 중독에 빠질 경우 적은 인력의 대부분이 전략 수행에 매달리게 되기 때문에 큰 기업보다 빨리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전략 운영의 묘는 "과거에 성공했다고 해서 어느 한 전략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전략 포트폴리오를 갖춰 상황에 따라 적합한 전략을 골라 구사하라"는 것이다. 기업에 경영진의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제시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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