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 1위인 HK저축은행 매각이 다시 추진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사들인 이후 벌써 세 번째 시도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K저축은행 최대주주(78%)인 MBK는 올해 이 저축은행 매각을 재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MBK는 지난 2006년 현대캐피탈과 공동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HK저축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MBK 관계자는 "인수 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제 차익 시현에 나설 때가 됐다"며 "올해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MBK의 HK저축은행 매각은 순조롭지 못했다. 2008년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고, 2011년에는 부실 저축은행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치면서 매각 작업이 좌초됐다.
이번에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저축은행 업계 사정이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상당수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서민층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대출연체율까지 상승하는 추세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 등 건전성기준을 대폭 강화해 공격적 영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HK저축은행이 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업계 전체가 고전하는 상황인데 제값을 받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현재 M&A시장에 대형 매물이 무더기로 나와 있다는 점도 매각 전망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따라 우리은행이 곧 매물로 나올 예정이고, 현대증권과 동양증권 등 10여개 증권사도 시장에 나와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SC저축은행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들이 매물로 많이 나온 상황이라 인수 후보들의 선택 폭이 넓은 상황"이라며 "HK저축은행의 매각이 이번에도 또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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