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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한국 가톨릭 순교자 124명 시복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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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한국 가톨릭 순교자 124명 시복 결정

입력
2014.02.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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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명의 시복(諡福)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교황의 8월 방한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교황이 한국을 찾으면 남북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특별 미사를 집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교황청 공식 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가톨릭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시복자들은 조선 말 유교를 해쳤다는 이유로 신해박해(1791)부터 병인박해(1866) 때까지 순교한 신자들이다.

시복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사람에게 교황이 복자(福者)의 칭호를 주는 것으로 성인이 되기 이전 단계다. 한국 천주교에는 국내 최초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모두 103명의 성인이 있다. 2005년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생전인 1984년 한국을 찾아 시성식을 집전하기도 했다.

한국 천주교는 '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순교자 시복을 준비하면서 모두 125위의 시복 청원서를 2009년 교황청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시복에서 빠진 한국의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는 교황청의 시복 심사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시복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외방선교원이 운영하는 아시아뉴스는 이날 "교황이 8월 방한해 13일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 개막 미사에 참석한 뒤 성모승천대축일인 15일 시복식을 주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뉴스는 특히 "교황은 18일 전적으로 북한을 위한 미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 미사는 북한에 평화와 통일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남북의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침묵의 교회'로 남아 있는 북한의 현실을 가슴 아파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도 만약 한국을 방문한다면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미사를 드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9년 두 번째 방한 당시 65만명이 운집한 여의도 광장에서 남북 화해를 바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낭독했으며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방북을 추진했으나 실현하지는 못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을 받고 방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관계자는 "교황의 방한과 관련해 교황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천주교회는 성인 103위의 시성 30주년을 맞은 올해 시복 결정이 내려진 것을 겹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는 9일 발표문에서 "하느님께서 한국 교회에 커다란 은총을 주셨다"며 "시복을 위해 기도해 준 교우와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신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도 "참으로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든다"며 "시복을 위해 애쓴 분들과, 관심과 애정을 가져준 정부 등 각계 각층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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