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근로여건을 개선하겠다며 야심차게 도입했던 스마트워크(Smart Work)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종의 회사 밖 사무실인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해 자율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 하지만 경직된 직장문화와 공공기관들의 무관심 탓에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민간 부문에 스마트워크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 부문에서는 이미 설치된 스마트워크센터조차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다.
9일 공공기관 정보공개체계 알리오(alio.go.kr)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 30곳 중 직원들이 집 근처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워크를 실시한 공기업은 7곳, 이용자는 67명에 그쳤다. 다시 말해, 1년 동안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한 이들이 67명이었다는 얘기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전체 원격근무자를 봐도 655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2012년부터 공공기관들에게 스마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지극히 미미한 실적이다.
심지어 이 수치조차 많이 부풀려져 있다. 스마트워크 근로자를 7명으로 보고한 수자원공사의 경우 지난해 정기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이용한 직원은 없다. 지난해 센터 이용 총 횟수가 7번이라는 얘기다. 또 재택근무자가 531명이라고 보고한 도로공사는 공사현장 근무자가 숙소에서 현장 당직을 선 것을 재택근무로 계산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 평가에 스마트워크 실적을 반영하니까 실적을 부풀린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러니 각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스마트워크센터는 늘 텅텅 빌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공공 부문의 스마트워크센터를 무작정 늘릴 처지도 못 된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경직된 문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퇴근 시간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원하는 직원들은 많지만 ▦상사 눈치 ▦인사 불이익 ▦공기업의 지원 부족 등이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지만 스마트워크 촉진법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에 민간 자금지원, 스마트워크 근무자 차별 금지 조항 등이 담겼지만 그림의 떡이다. 주무부처가 고용노동부,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나눠져 있어 추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성욱준 한국행정연구소 연구원은 "공기업에서 먼저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민간으로 퍼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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