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33ㆍ경기도체육회)은 엄마 선수다. 올림픽 무대만 4회째 개근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이 첫 출전이었다.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산증인 이채원은 소치올림픽에서도 예외 없이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크로스컨트리에서 메달을 따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볍다. 메달을 향한 거창한 행보라기 보다는 맥을 잇겠다는 각오다.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설원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는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종목이다.
이채원은 이번 대회 크로스컨트리 15㎞ 추적(7.5㎞+7.5㎞ 스키애슬론), 10㎞ 클래식, 30㎞ 프리스타일 세 종목에 도전장을 던졌다. 클래식(11자로 주행)은 스키를 평행으로 고정하고 폴을 사용해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경기인 반면, 프리(V자로 스키를 벌리고 좌우로 중심이동을 하며 자유롭게 주행) 스타일은 좌우로 몸을 움직이면서 나아가는 방식이다.
이채원은 8일(한국시간) 소치의 산악클러스터 라우라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15㎞ 추적경기에서 44분17초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전선수 61명 중 54위로 ‘별 볼일 없는’ 순위였지만 그는 내심 만족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57위,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58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록도 각각 49분01초2와 47분34초6이었지만 소치에서 3~5분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이채원은 “걱정 반, 기대 반 했었는데 45분대를 넘어섰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남은 두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쉬움은 항상 남을 수밖에 없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 크로스컨트리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래식 부문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30㎞ 프리 스타일이 가장 애착이 가는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키154㎝의 작은 체구인 이채원은 장비가 키를 ‘위협’할 정도로 버겁지만 체력 소모가 가장 많은 크로스컨트리를 능숙하게 ‘조종’하고 있다. 동계체전에서 따낸 금메달만 51개다.
2012년 태어난 딸(장은서)이 경기 중에도 눈에 밟힌다는 그는 “엄마로서 출전하는 첫 올림픽인 만큼,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기록을 남겼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말했다.
이채원은 11일 프리스타일 예선전과 13일 10㎞ 클래식 종목에 도전한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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