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부상 없이 잘 달려온 내 아들 현수야, 8년전 토리노 올림픽때처럼 소치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빅토르 안, 안현수(29ㆍ러시아)의 아버지 안기원(57)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본보에 전해왔다. 안기원씨는 9일(한국시간) 새벽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현수의 국적이 어떻든 간에 그의 몸 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는 안기원씨는 이날 오후 늦게 소치에 도착할 예정이라며“경기 전에 아들 얼굴을 보고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현수에게 메달 색깔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부상당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쳤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국내 빙상계의 파벌다툼에 희생양이 된 안현수는 2011년 푸틴의 품에 안겼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안현수를 통해 쇼트트랙에서 올림픽 메달을 한 개도 손에 넣지 못한 러시아의 노메달 한을 풀겠다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러시아는 3년간 대표팀 에이스로 안현수를 발탁해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 부었다. 연봉 12만 달러(1억2,800만원)와 생활비를 전액 부담하고 러시아어 개인 교사까지 붙여줬다. 안현수는 현지언론들과 막힘 없이 인터뷰를 소화할 정도로 러시아어에 익숙해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안현수가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 쇼트트랙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현수는 이번 대회 500m, 1,000m, 1,500m, 5,000m 계주 전 종목에 출전한다. 이중 1,000m와 1,500m 그리고 계주에서 정상을 노린다.
안기원씨는 이에 대해 “러시아 빙상연맹에서 현수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을 보고 (러시아)귀화를 잘한 선택인 것으로 판단했다. 러시아는 현수의 여자 친구에게도 넉넉한 배려를 해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안현수는 10일 1,500m 예선을 시작으로 8년 만에 올림픽 출발선에 다시 선다. ‘한때’ 자신의 조국이었던 한국의 신다운(21·서울시청), 박세영(21·단국대), 이한빈(26·성남시청) 등 후배들과 피할 수 없는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안기원씨는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공정한 룰을 통한 선의의 경쟁에서 승패는 아름다운 일이다”라며 현수가 후배들을 따돌리고 시상대에 오를 때 나올 수 있는 국내 일부 팬들의 비난을 경계했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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