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분쟁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화해'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1심에 이어 6일 2심에서도 승리한 이건희 회장 측은 '화해'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패배한 형 이맹희씨도 '화해'를 언급하고 나섰다. 일반 여론은 두 형제간 '해피엔딩'을 기대하지만, 양측이 생각하는 화해의 내용과 전제 조건이 워낙 달라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맹희씨는 7일 법률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 명의로 '화해제의에 대한 삼성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2심 판결이 끝난 뒤 이건희 회장 측 윤재윤 변호사는 "가족 차원의 화해에 대해서는 원고(이맹희씨)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차 변호사는 "진심 어린 화해로 이 건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원고의 진정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면서 "화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 대화 창구나 방법 등에 대해 논의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맹희씨가 말하는 화해와, 이건희 회장이 말하는 화해 사이에는 거리감이 상당하다. 우선 이건희 회장 측은 기본적으로 이맹희씨가 차명 상속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이번 소송이 단순히 재산 반환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1987년 이병철 창업주 사망 이후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정통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화해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가족으로서 감정의 앙금을 털어낸다는 차원일 뿐, 승계의 정당성과 정통성과에 대한 화해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 측은 이맹희씨 측이 그 동안 재판 과정에서 언급했던 화해도 사실은 화해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앞서 이맹희씨 측은 항소심 막판 화해를 제의하면서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했는데, 이건희 회장 측은 이를 거부했다. 삼성 측은 당시 거부 이유를 "이맹희씨가 제의한 화해는 엄밀히 말해 화해가 아니라 법적 조정을 요구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돈이나 재산 문제가 아니라 정통성과 원칙의 문제인데 이건 법적 조정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 1심과 2심 모두 일방적 승부로 끝난 만큼 더 이상 재판은 무의미하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때문에 이맹희씨 주변에선 상고 포기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 상 '화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맹희씨는 일단 이건희 회장과 만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간 만남을 통해 서로 진정성을 확인하면 화해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이맹희씨 생각인데, '진정성'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가 워낙 커 이 역시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이맹희씨는 이건희 회장이 먼저 사과하기를 바랄 것이고 이건희 회장 측은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이맹희씨란 생각을 갖고 있는데 화해가 가능하겠냐"며 "만남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측이 이날 이맹희씨 측의 화해입장 표명 이후 변호사를 통해 "가족간 화해를 얘기하면서 요란하게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대화 창구나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는 게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힌 데서도 양측의 시각 차는 두드러진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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