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낸 GS건설이 보유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해외 사업장 부실을 털려고 지난해 본사 사옥을 매각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의 주택관련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7일 건설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다음주 초 대규모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 매각 및 유상증자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이날 오전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나 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자본확충의 목표는 아직 시작하지 못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착공을 위한 현금 확보. 현재 GS건설은 12개 현장, 약 1조5,114억원 규모의 미착공 PF가 있는데, 건설회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들 PF를 착공 전환하려면 대규모 공사비가 들어가는데다 장기간 지연으로 분양 계약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공사비의 상당액을 시공업체(GS)가 직접 조달해야 한다.
GS건설이 현재 보유한 현금은 약 1조8,000억원 가량이다. 올해 만기가 되는 회사채 5,200억원을 빼도 1조원 이상의 여유가 있다. 그러나 미착공 PF 규모를 감당하기는 버거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GS건설은 작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외 부실을 털어낸 경험이 있다. 재작년 4분기부터 5분기동안 해외부문 손실 1조381억원을 회계에 반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본사로 사용하던 GS역전타워를 약 1,700억원에 매각했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의 부실 해외 프로젝트 가운데 78% 정도가 공정상 마무리 단계"라며 "해외 부실 정리가 막바지에 이르자 내친김에 국내 주택 부문까지 구조조정 해 모든 부실을 털고 가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대형 건설업체들도 미착공 PF 관련 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건설회사들의 미착공 PF의 잠재 손실은 3조7,2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건설은 작년 4분기 실적에 미착공 PF 손실에 해당하는 국내 기타 영업비용으로 5,653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건설업계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면서 금융권 대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건설업체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잇따라 자산 매각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서울 신문로 본사 사옥의 콜옵션을 매각해 약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챙겼고, 두산건설은 본사 사옥을 매각해 약 1,500억원 현금을 손에 쥐었다. SK건설은 해외 저가수주로 지난해 상반기 2,618억원의 영업손실이 나자 3,804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공사 후유증이 마무리되는 하반기에 다른 업체들도 주택 관련 잠재 부실을 반영할 것
"이라며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도 만만치 않아 많은 건설업체들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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