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국 재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거장의 새 앨범이 나란히 국내 발매됐다.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신작을 내놓고 있는 전방위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59)와 하드밥 전성기에 데뷔해 50년 넘도록 재즈의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색소폰 연주자 웨인 쇼터(80)가 그들이다.
리더로서 발표한 앨범 수로 보면 팻 메시니가 웨인 쇼터를 가볍게 앞선다. 1976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단 앨범 '브라이트 사이즈 라이프'를 내놓은 뒤 최근까지 5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2000년 이후 내놓은 것만 15장 이상이다.
서정적인 솔로 기타, 혼자서 수십 가지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발표했던 1인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와 협연, 트리오나 쿼텟 형식의 그룹 연주, 아방가르드 재즈 연주자 존 존의 곡 재해석 등 매번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 온 그는 새 앨범 '킨 (←→)'에서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그룹'의 일원으로 돌아왔다. '팻 메시니 유니티 밴드'라는 이름으로선 2012년 동명 타이틀 앨범 이후 두 번째다.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피아노와 현악기, 관악기 등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지울리오 카르마시가 가세해 퀸텟 구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앨범엔 메시니가 작곡한 9곡이 실렸는데 그 중 네 곡이 10분이 넘는 대곡이다. 첫 곡인 '온 데이 원'에서 다섯 멤버는 대조적인 두 가지 리듬을 함께 쓰는 폴리리듬 속에서 완급을 조절하며 각자의 기량을 뿜어낸다. 메시니의 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로 시작하는 '라이즈 업'에선 안토니오 산체스의 드럼과 크리스 포터의 색소폰이 화려한 스펙터클을 연출한다. '비욘드 더 미주리 스카이' 등의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메시니의 목가적인 서정성은 아름다운 발라드 '본'이 그려낸다.
웨인 쇼터는 2005년 '비욘드 더 사운드 배리어' 이후 7년 만에 신작 '위다웃 어 넷'을 발표했다. 미국 현지에서 지난해 2월 공개됐는데 국내에는 이제야 발매됐다. 쿼텟 멤버는 2000년부터 함께해 온 다닐로 페레즈(피아노), 존 패티투치(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 그대로다. 새 앨범은 쇼터가 43년 만에 친정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모던 재즈의 명가 블루노트로 돌아와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960년대 하드 밥(Bop)으로 시작해 재즈 록, 아방가르드 재즈까지 섭렵한 그의 음악은 블루노트 시절과 퓨전 재즈 그룹 웨더 리포트 시절을 제외하면 국내 재즈 팬들과 그리 친숙하지 않다. 진보적 실험성 때문이다. 2011년 투어 중에 연주한 곡들을 중심으로 선정한 새 앨범에서도 이 같은 특징은 변함 없다.
23분에 이르는 '페가수스'에선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에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프렌치 혼, 바순까지 가세해 9개의 악기가 장대한 서사시를 완성해낸다. 패티투치의 베이스로 시작하는 '제로 그래비티 투 텐스 파워'는 긴장감을 놓지 않는 리듬의 향연이 듣는 이를 사로잡는 수작이다. 웨인 쇼터는 이 음반으로 제5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연주상을 받았고, 그 진가는 4월 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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