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수사 책임자로서 제기한 수사 축소ㆍ지연, 공직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이 부족하거나 없었다고 본다."
7일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전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권 과장은 이날 오전 가락동 송파서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절차가 남은 만큼 경찰공무원으로서 책임감 있게 명확한 법률적 판단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질의응답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반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충격을 받았나.
"재판부가 무죄 이유로 들었던, 제 진술과 다른 직원들의 진술이 배치된다는 점은 직무를 이용해 조직 내에서 벌이는 행위(범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성이다. 이를 감안해 드러난 사실에 대해 면밀한 판단이 이뤄질 거라고 여겼지만 1심에선 그런 특성만을 나열해 무죄 판결했다."
-판결 내용을 보면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보다 김 전 청장의 지시 여부에만 주목했다.
"수사 축소ㆍ은폐가 있었느냐는 것과 그것이 김 전 청장의 지시로 이뤄졌냐는 별개의 문제다. 수사 축소ㆍ은폐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김 전 청장에게 혐의가 있느냐를 논의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누락됐다."
-재판부가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밤 있었던 허위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만 지적했는데.
"'아쉽다'는 말 정도로 (허위 발표 의혹이) 해소되긴 어렵다.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발견된 자료(닉네임ㆍ아이디 40개 등)가 (수사 주체인)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진행된 것이 적법했는지 보다 명확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재판부는 증거물 반환요청 지연 과정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들이 후속일정 소화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은폐의 정황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실무상의 어려움으로 인한 지연이 키워드 축소를 요구할 정도로 신속성을 강조했던 것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타당한지 당연히 검토됐어야 했다. 검찰 수사에선 그런 부분이 검토됐었다."
-재판부가 검찰 수사 부실을 지적한 점은.
"현재로선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나.
"경찰공무원인 제가 답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해봤나.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접하고 거취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이 사안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사실적인 법리적인 판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재판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그 이후로도 경찰 공무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상황에 대처해가겠다."
-경찰 상부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지 말란 지침은 없었나.
"없었다. 어제 (인터뷰를) 하지 못한 것은 판결문을 보지 못했고, 전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검토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